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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군의 가공할 생체실험 고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산 사람을 잡아놓고 생체실험이라니, 끔찍한 영화다. 잔혹영상의 대표선수감이다.
악마의 만화도 아니고 바로 전세대가 겪은 실화니 입에서 왜×들이란 욕이 절로 나온다.
『마루타』는 냉동실험·고압실험·페스트균 주입등 상상불허의 악행경연장이다.
가스실에서 죽어가는 모자의 모습을 관찰기록하고 어린이를 구슬려 오장육부를 파헤치는 장면은 목불인견이다.
일본관동군 731부대. 부대장 이름을 따 이시이부대라 불린 이 악마의 부대가 의도했던 세균폭탄이 사용됐다면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하다.
그냥 보라고 해도 머뭇거릴텐데 극장안은 만원이다.
화면엔 시체와 피범벅인데 객석에선 간간이 웃음소리마저 나오니 요즘사람들의 강심장은 보통이 아니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나 그것을 보는 사람들 모두 가학과 피학이 위악적으로 뒤섞인 그런 기분을 느꼈을듯하다.
소년범을 전면에 세운 구성도 영화의 음산함, 영상의 잔혹성을 강조하기위한 계산된 연출인듯 싶다.
어쨌든 『마루타』는 이시이부대의 만행을 심층적으로 보여준다.
라스트의 영화적 완결이 없었더라면 관객들은 지옥도만 볼뻔 했다.
구사일생으로 지옥에서 살아남은 중국 소년의 결사적 항쟁은 피압박자의 분노와 용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일장기를 피로 물들이며 소년이 죽어갈때 퇴각열차에서 태어나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한시대가 끝나감을 뜻하는게 아니라 또다른 악마의 시대가 올수도 있다는 감독의 냉소를 느끼게 한다.
전후 미국은 실험서류를 모두 인수하는 조건으로 이시이 중장을 전범에서 빼줬다고 한다.
영화 뒷부분에도 자막으로 이러한 사실이 나오는데 참으로 개탄스럽고 분노가 치민다.
한국인도 다수 포함됐을 무고한 양민들에게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악마」에게 전범면제라니 45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 원혼들이 구천을 떠돌며 미국을 원망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일제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다. 학도병이니, 정신대니, 징용이니 해서 숱한 목숨들이 죽어갔다. 후세의 교훈을 위해서라도 확실한 일제고발영화가 나와야겠다.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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