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대책,실천의지가 더 중요(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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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13일 발표한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은 그 세부 내용에 몇가지 문제점이 없지 않고,또 부동산 투기의 근절이라는 궁극의 목표에 비추어 볼 때는 크게 미흡하다 해도 투기 심리 억제에 다소간 효과를 주리란 점에서 한걸음 나아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 등기의무화 제도의 도입은 부동산 거래 실명제 실시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기업의 사원용 임대 주택건설을 권장하고 이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한 것도 지원내용에 금융지원을 결하고 있는등 미흡한 대목이 없지 않으나 환영할 일이며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부동산 등기의무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기간안에 등기를 마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재산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은 몰라도 체형을 가하겠다는 것이 법리상 타당한지에 의문이 있고,다가구주택 건설 촉진을 위해 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도 취지에 이해는 가지만 여기에 주거환경의 유지ㆍ확보에 대한 배려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투기행위에 대한 단속강화를 대책의 제일 첫머리에 내걸고 있지만 이것은 너무 자주 써먹은데다 제대로 효과를 낸 일이 별로 없이 엄포용으로도 이미 의미를 상실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정부 스스로 인정하다시피 토지거래 허가제등 이미 내놓은 조치들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제도를 관리ㆍ집행하는 관계 공무원들의 사명감이나 자세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인데 전국에 걸친 이같은 행정의 누수현상을 일시적인 단속 강화로 치유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형식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부동산 투기 근절이라는 해묵은 과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투기를 다스릴 적절한 대책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만 동시에 이를 집행하는 담당 공무원들의 안이하고 책임감 없는 자세를 방치한데 더 큰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여겨진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그것이 행정일선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거나 더욱이 투기꾼과 공무원이 결탁하여 탈법행위를 하는 일이 잦아진다면 제도 자체가 국민의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오히려 규제 제도의 양산에 회의를 느끼기 조차 한다.
우리 생각으로는 부동산투기의 근본원인은 부동산 수급의 특수성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성이 높다는데 있으며,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미 초과 이득 탈제나 과표 현실화등의 대책이 시행단계에 접어든 만큼 이같은 제도가 효력을 발휘할 때까지 지그시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같은 제도들이 빠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투기와 비투기를 구분함이 없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됨으로 해서 조세저항등의 부작용을 유발하고,이 때문에 그 시행을 단기간 안에 집중적으로 가동시키지 못하는데 있다. 따라서 적어도 일반 국민이 자기가 사는 집 한채에 대해서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그밖의 소유분에 대해 중과하는 과세의 차별화 대책을 마련,제도를 보완하는 것은 시도해 봄직 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어떤 대책도 정부의 철저한 의지와 그 의지를 실행에 옮기는데 필요한 공직자 사회의 기강확립,공무원의 철저한 근무 자세와 사명감 없이는 무위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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