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 싱싱발랄 젊은 디자인 모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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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상에 올릴 빵을 준비하던 순이씨는 칼로 자를 때 생기는 부스러기가 골칫거리였다. 털어 버리자니 아깝고 모아 먹자니 좀스러웠다. 스페인 디자이너 쿠로 클라겟도 이런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그는 빵 도마에 송송 구멍을 뚫고 관을 연결한 끝에 새 모이통을 달았다. 쓰레기통에 버려졌을 빵 부스러기가 새에게는 맛있는 한끼 밥이 됐다. 생활 속에서 숨쉬는 디자인의 힘이다.

24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2003'에 가면 이런 싱싱한 디자인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한가람 디자인미술관과 (주)디자인하우스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올 디자인 잔치의 주제는 '스타 디자이너'다.

한국 디자인을 이끌어나갈 별표급 디자이너 4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필립 스탁.잉고 마우러.마크 제이콥스처럼 세계 디자인계를 놀라게 한 디자인의 귀재들을 한국에서 발견하고 키우자는 뜻이 판을 벌인 까닭이다. 전시를 기획한 장진택씨는 "스타 디자이너는 스스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이 스타 탄생의 열쇠다"라며 "시민들이 와서 보고 즐기며 좋은 디자인을 칭찬해줄 때 진정한 국가대표 디자이너가 태어난다"고 강조했다.

올 '디자인 페스티벌'은 전시장에서 펼쳐질 본 전시 '대한민국 스타 디자이너'와 '바르셀로나' '스웨덴' '이스라엘' 전 등 해외 전시 외에 서울 시내 곳곳에 다양한 디자인 장터를 꾸리고 사람들의 삶 속으로 행진해갈 채비를 차렸다. 디자인을 팔기 위한 디자인 쇼는 크게 두 지역에서 손님을 맞는다.

예술의전당 옥외광장에서 열리는 '클로즈(Cloz) 아트 마켓'은 30여개의 젊은 디자인 그룹이 모여 신나는 공연과 함께 그들의 제품을 파는 야외 시장이다. 인사동.압구정동.청담동 등에서 길거리 전시로 선보일 '디자이너스 플래닛 2003'은 디자이너 77명이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연결해 소비자들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전시문화를 시험한다."스타 디자이너를 뽑아도 될까요"라고 묻는 디자인 동네 사람들은 지금 "네"라고 힘차게 대답해줄 대중을 기다리고 있다. 02-580-1537.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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