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ㆍ중국인/박병석 전홍콩특파원의 「대륙기행」: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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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비스 잘한다고 월급 더 받나”/「대과반」탓… 국영상점 불친절/아시안게임 앞두고 당국선 「봉사문제」가장 걱정
사회주의 중국은 가는 곳마다 「위인민복무」 (인민에게 봉사하라)라는 표어가 붙어있지만 한국인을 포함한 자본주의국가 국민들이 중국을 여행하면서 겪는 가장 곤혹스러운 것중의 하나가 아이로니컬하게도 서비스(복무)의 결여다.
중국국영 중국민항(CAAC)으로 중국에 입국하려면 이같은 서비스 부재를 실감케 된다.
홍콩등 외국에 있는 중국민항 항공권 판매소에서 중국행 표를 살 경우 이름ㆍ생년월일ㆍ직업ㆍ여권번호ㆍ방문목적등 마치 입국사증(비자) 신청서와 비슷한 항공원 구입신청서를 기재,제출해야한다.
이름만 대면 즉각 항공권을 구입할수 있었던 외국인들은 난데없는 항공권구입 신청서에 당황하게 된다.
비행기표는 대개 할인이 있게 마련이지만 중국민항은 아예 할인이란 제도가 없다.
중국민항 비행기에 탑승하면 「공중소저」(스튜어디스)들이 상냥한 미소와 친절 대신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승객의 입맛과는 무관한 단 한가지 종류뿐인 기내식을 제공할 뿐이고 기내에 대개 준비돼 있는 안내책자 하나 구경할 수 없다.
중국인들의 불친절과 서비스 태도의 결여는 비단 민항뿐아니라 상점에서 물건을 살때나 음식점등 곳곳에서 느끼게 된다.
고객들이 물건을 사기위해 진열장을 기웃거려도 판매원 아가씨들은 끼리끼리 의자에 앉아 계속 잡담하기 일쑤고 상품에 대해 물어도 「몰유」(없어요)ㆍ「부지도」(몰라요)라고 퉁명스럽게 대할때가 많다. 이러한 서비스 태도는 거의 대부분의 국영상점에 만연돼 있는데 그 중요한 원인은 자본주의에서 강조하는 경쟁의 원리가 통하지않기 때문이며 「따꾸어판」(대과반ㆍ큰 가마솥밥)과 「티에판완」(철반완ㆍ쇠 밥그릇)이라는 제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영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건을 국가주관부서가 구입해 국영상점에 할당,판매하는 중국에서는 상점 판매원은 매상에 따른 수입과 관계없이 국가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받는,이를테면 공무원인 셈이다.
스튜어디스도,음식점 종업원도 개인의 노력이나 소속「단위」(직장)의 경영실적과는 관계없이 고정급을 받는다.
물건을 열심히 팔아 이익을 많이 올려도,형편없는 서비스로 손님이 발길을 돌려 손해가 나도 판매된 개인의 고정수입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큰 가마솥」에 밥을 지어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나누어 먹는 무차별 균등보수라는 평균주의와 일생동안 깨지지 않는 「쇠밥그릇」(종신제도)이 보장돼 있는한 경쟁원리와 서비스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78년이후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경쟁과 손익의 원리에 따른 차등대우로 「큰 가마솥밥」을 똑같이 나눠 「쇠 밥그릇」에 담아먹는 폐단을 줄여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호텔중에서도 외국인이 경영하는 독자(1백% 외자)나 중외합작호텔에서 근무하는 중국종업원과 중국국영호텔에서 근무하는 중국종업원들의 서비스 태도가 큰 차이가 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오후8시쯤이면 문을 닫는 국영식당이나 상점과는 달리 개체호(개인상점)들이 밤 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주머니 돈을 끌어내기위해 호객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개체호중에는 부자의 상징어인 「만원호」의 단계를 넘어 극히 소수이기는 하지만 「십만원호」가 된 사람들도 있으나 경쟁에 길들여지지않은 여론은 지나친 소득격차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난을 해왔다.
이들 「만원호」중에는 정부 관리와 결탁하거나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사람들이 적지않았으며 지난해 북경 천안문사태를 진압한 중국당국이 민심수습의 차원에서 일제 세무조사를 벌여 무거운 세금을 물리기도 했다.
올9월 북경아시안게임을 주최하는 북경당국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중의 하나도 경기장시설등 하드웨어가 아니라 바로 복무수준(서비스수준 소프트웨어인 것도 큰 가마솥밥의 한계를 쉽게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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