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졸 실업자수는 9.4% 늘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부산의 모 대학 전기과를 지난해 8월에 졸업한 김영식(28.가명)씨. 공기업 준비를 하는 그는 4학년 1학기 때 부족한 영어 점수를 올리기 위해 아예 휴학을 하고 영어 공부에만 매달렸다. 토익 점수 800점을 획득한 뒤 복학해서는 전기공사기사 자격증을 땄다. 관련 분야 자격증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몇 차례 공기업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는 '경험을 쌓았다'며 자신을 위로했다. 그러나 올 4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한국전력공사 기술직에서 떨어지자 긴장감과 불안감이 몰려왔다. 30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기술직은 150 대 1이 넘는 회계직이나 200 대 1이 넘었던 사무직에 비하면 경쟁률은 낮았지만 여전히 바늘구멍이다.

낙방 소식을 접한 김씨는 서울 영등포 고시원에 틀어박혀 오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책과 씨름하고 있다. 김씨는 "이번 가을 공기업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지만 워낙 경쟁률이 높아 솔직히 자신은 없다"고 말했다. 취업난은 이른바 명문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명문 사립대에서 올 8월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손지수(27.여)씨는 최종면접까지 올라간 한 대기업 시험에서 낙방했다. 졸업 전부터 20여 군데나 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손씨는 "여성에겐 석사라는 사실이 오히려 불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1만8000명 늘어나고 실업률도 0.2%포인트 하락했지만, 청년실업률(15~29세)은 1년 전과 똑같은 7.4%였다. 특히 대졸 실업자 수는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9.4%나 늘었다.

취업창구가 막힌 젊은이들은 창업 쪽을 기웃거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탓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계명대 벤처창업보육사업단(단장 김영문)이 국내 291개의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20대 창업기업 56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연매출액 100만~3000만원이 23.4%였고, 매출액이 전혀 없는 경우도 전체의 42.6%였다.

◆ 특별취재팀:경제부문=정선구.이현상.심재우.김필규.임미진 기자, 사진 부문=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