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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수 산업「평화용」전업 모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군축무드 영향…3천억불 세계무기시장 침체/살상첨단무기서 의료ㆍ컴퓨터로 전환/보잉사ㆍ리버모어국립 핵연구소등 변신 서둘러
미 군수산업계가 세계적 군축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가며 가공할 살상용무기개발에 몰두했던 종전과 달리 최근들어 일대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미군수산업체들은 이른바 「평화계획」으로 불리는 새로운 변신을 통해 미사일이나 전투기등 첨단병기 개발만을 해왔던 것에서 탈피,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의학ㆍ컴퓨터개발등 순수 평화목적으로 전용하려는 움직임을 적극 보이고 있다.
미군수산업체의 이같은 변화는 세계적 평화기류가 확산되면서 연간 3천억달러의 세계 무기시장이 최근 급격히 침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연방정부및 대학ㆍ기업등의 유수한 무기개발연구소들은 소속 산업용 기기개발쪽으로 연구방향을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제2차대전 종전 직후에도 이와 유사한 변화가 있었다.
이같은 변신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고 있는 기업이 항공기 제작회사인 보잉사다.
시애틀에 본부를 둔 거대 군수산업체인 보잉사는 SDI(일명 스타워스 계획)의 일환으로 미국방부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미사일 요격용 레이저 무기개발을 의뢰받고 연구중이다. 보잉사측은 이 레이저기술을 의료용으로도 쓸 계획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보잉사는 『레이저가 지구를 반바퀴 돌아 미사일을 파괴시킬 정도인데 불과 몇㎝ 떨어져 있는 암세포를 처리 못하겠는가』라며 군사기술에서 축적한 자사기술을 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첨단의 무기개발 기술이 평화용으로 널리 전용될 수 있다는 것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미국방부의 SDI 관계자들은 『그동안 SDI 추진을 통해 축적된 기술들이 자동차생산에서 혈액정화기ㆍ결석치료기 개발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부수적인 기술개발의 효과를 가져왔다』며 SDI가 군사 목적뿐만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실례로 핵무기 개발의 선두주자인 리버모어 국립핵 연구소의 X레이 레이저는 원래 소제미사일 격추용으로 개발됐으나 지금은 미생물 연구를 위한 초고성능 현미경으로도 쓰이고 있다.
또 리버모어 소속 일부 과학자들이 설립한 피닉스 레이저 회사는 SDI 계획에서 개발된 레이저 기술을 이용,안과 수술기기로 사용케 할 계획이다.
우주분야에서는 경쟁이 더욱 치열한 편인데 관계업체들간에는 장차 민간차원의 우주정거장 건설등 우주산업이 5백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시장이라는 것에 착안,기술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군수산업들의 이같은 변화가 꼭 긍정적인 면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코데빌라씨는 『돈이야 얼마가 들든 기술만 개발하면 된다는 생각을 없애야 상업용으로 정착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용에 무관심한 연구소나 과학자들이 사고방식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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