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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 부정수사 의혹없도록(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언제나 우리는 그 과정과 결과에 뒷말이 없는 「깨끗한 선거」를 통해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를 뽑아 볼 수 있을 것인가.
현대 민주정치가 대의정치이고 그 대의정치는 공명선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공리에 비추어 볼때 작금 논란과 시비가 물끓듯 하는 대구서갑구 보궐선거의 부정 물의는 한심하고 실망스럽다 못해 절망감 조차 느끼게 되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 일체의 부정시비는 사실여부가 남김없이 철저하게 가려지고 그에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 명백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다시 선거를 치른다는 원칙아래 신속한 수사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그래서 선거 부정시비가 더이상 확대ㆍ재생산되는 것을 막자. 최소한 부정을 해서라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사고는 이번을 계기로 깨끗이 청산하자.
일부 주민들이 민자당측에서 나눠준 「돈봉투」를 받지 못했다며 통장에게 항의하는 소동을 시발로 시작된 대구의 부정시비는 지난 6일 대구선관위가 5건의 금품수수사건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으나 경찰은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에 소극적인 자세라고 보도되고 있다.
최근 본사에 보선 지역주민 여론조사에서 대구서갑구는 물론 충북 음성ㆍ진천까지 두곳 유권자의 78.1%가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응답했고,그 중에도 열기가 높았던 대구의 경우 응답자의 59.6%가 음식물 대접을 받았고,56.4%가 금전이나 물품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또 법에 금지된 리ㆍ동ㆍ통ㆍ반장의 선거운동,호별방문 등도 예사로 저질러진 것으로 보도됐다.
이 모든 탈법ㆍ부정이 분명하게 가려져야 한다.
대체 지금이 어느 때인데 통ㆍ반장을 동원해 영세민에게 현금을 나눠주고 「당원」을 모집하며,시비가 나면 상투적인 「사실무근」이란 발뺌으로 흐지부지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4ㆍ19의 발단은 다름아닌 3ㆍ15부정선거였다. 올해로 꼭 30년이 되는 역사적 사건이다. 가까이는 동해ㆍ영등포을 보선의 쓰라린 체험이 시민들의 기억에 생생한데도 언제까지 구태와 악습을 되풀이할 것인지 냉엄하게 반성해 보아야 한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국민이나 집권세력은 불행한 전철을 되풀이 밟을 수밖에 없다.
보선 결과를 일단 패배로 인정하고 있는 거대여당이라면 이 시점에서 해야할 일은 자명하다. 대구보선의 부정시비를 일과성으로 넘기려해서는 안된다. 부정시비의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조치를 통해 땅에 떨어진 정치ㆍ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것이 사회를 안정시키고 국법질서를 살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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