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시민에 행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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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술취한 뺑소니차 뒤쫓아가자 헌병 2명이 곤봉휘둘러 제지
8일 오전1시20분쯤 서울 한남동124 뉴홀리데이호텔 앞길에서 미8군142헌병중대 소속 게리슈와브중사(35)와 스티븐 폭스일병(18)등 2명이 연쇄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나는 미군속차량을 뒤쫓던 백봉훈씨(24ㆍ상업)등에게 권총을 겨누며 곤봉을 휘두르는등 행패를 부려 백씨등 시민 7명이 부상했다.
백씨에 따르면 이날오전 뉴홀리데이호텔 앞길에서 일행8명과 함께 택시를 기다리던중 미8군 7통신여단소속 군속 테네스 맥거원씨(59)가 술에 취한채 10-3-5568 도요타승용차를 몰고가다 자신의 손을 백미러로 쳤다는 것이다.
맥거원씨는 이어 이상국씨(23ㆍ무직ㆍ서울 녹번동4)의 무릎을 쳐 전치3주의 타박상을 입히고 이씨가 안고있던 아들 찬희군(4)을 바닥에 떨어지게 한뒤 달아나려다 이를 가로막던 백씨의 발을 차로 치어 전치3주에 상처를 입힌뒤 달아났다.
이때 순찰차를 몰고 부근을 지나던 폭스일병등이 차에서 내려 권총을 빼들고 백씨와 임성빈씨(25ㆍ서울 녹번동4)의 얼굴에 들이대며 위협하고 곤봉을 휘둘러 사고를 낸 맥거원씨를 달아나게 했다.
미군들은 이어 이를 본 시민2백여명이 순찰차를 에워싼뒤 유리창을 돌로 부수고 보닛을 발로 차는등 격렬히 항의하자 임씨를 차에 매단채 70m가량 끌고가다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이과정에서 임씨등 시민5명이 차에 부딪쳐 부상했다.
경찰은 미8군측에 사건조사를 위해 맥거원씨와 미헌병2명의 신병인도를 요청했으나 미군당국은 미군측이 피해자라고 주장,양측은 10일 오후2시 합동으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그러나 미군당국은 미군헌병2명과 군속1명이 심야에 한국인들에 의해 집단공격(mob attack)을 당해 부상하고 차량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발표한 것으로 9일 AP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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