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나라 "북 장사정포 빼란 요구는 왜 않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전작권 전환에 반대하는 이들은 미 2사단을 인계철선으로 휴전선에 배치해 둬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인데, 우방의 군대를 그렇게 하자는 건 옳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의 '인계철선'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노 대통령은 13일 워싱턴 방문 당시 미 의회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보수세력은 주한미군2사단을 인계철선으로 이용하고 싶어 하지만, (진정한)친구는 자신의 친구를 인계철선으로 사용하지 않는 법"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접견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었다. <본지 9월 18일자 1, 3, 6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노 대통령이 '보수세력'이 아니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며 '인계철선'발언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전작권 환수에 반대해 왔던 보수세력과 한나라당은 "국민을 편 가르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표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 청와대가 밝힌 노 대통령의 발언="전작권 전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2사단을 인계철선으로 휴전선에 배치해 둬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인데, 우방의 군대를 그렇게 하자는 건 옳지 않다. 그런 주장을 하고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미국에 반대하는 이들을 만들어냈다. 그런 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인계철선이란 한강 이북 중.서부 전선에 집중 배치된 미2사단 등 주한미군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전쟁 당사국으로 자동개입하게 되는 상황을 비유한 표현이다.)

◆ 국내 특정세력 비하 발언이 문제=정창인 향군 안보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통령은 보수든 진보든 국민 전체를 대표해야 하는 국가원수"라며 "외국에 나가 일부 세력의 입장만을 강조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갑자기 '친구'라는 표현을 꺼낸 것은 전작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다루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노 대통령은 우리가 미국을 위해 주한미군 재배치에 찬성했다는 말을 한 것"이라며 "한.미 간 신뢰의 사례를 든 것으로 잘된 언급"이라고 평가했다.

◆ "주한미군 감축 협상에서 불리해질 듯"=한나라당 황진하 국제위원장은 "한반도가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이기 때문에 인계철선의 개념도 바뀌었다. 현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인계철선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미군이 다 나가도 좋다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한미군 재배치 합의 당시 북한의 전방부대와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물리도록 하는 협상도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은 전 국방부 장관은 "주한 미2사단의 한강 이남 이전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며 "우리는 한미연합사와 현행 전작권 체계가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의 역할을 한다고 본 것"이라고 반박했다.

육군대학 교수 출신인 한나라당 강창희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이 인계철선의 의미를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좋아할 만한 말을 일부러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탁.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