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존재이유 되찾으라/보선이후 여야가 생각할 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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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3보궐선거 결과는 참패당한 민자당의 일대 반성과 자세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한걸음 나아가 우리 정치와 정치권 전체에 대한 심각한 반성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한된 정당이 참가한 제한된 지역의 두 곳 보궐선거의 결과만으로 전체 국민의 의사를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최소한 지금의 우리 정치가 국민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현재의 정치권이 국민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등은 충분히 반영,시사되었다고 본다.
가장 손쉬운 예로 후보와 정당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과열.타락의 선거운동을 자행했지만 선거결과는 유권자들이 여기에 넘어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지금의 우리 정치와 정치권이 유권자를 상대하는 방법이 틀렸음을 말해주는 것이고 정치권이 국민을 잘 모르고 있고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못해주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번 보궐선거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다. 5년전 2.12선거때도 이른바 「선거혁명」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결과는 정치권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었고 2년전 4.26총선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정치권이 국민을 모르고 민심을 읽지 못하는 정치를 해왔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이런 역대 선거결과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으레 나타나는「지지할만한 정당이 없다」「정치인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결과와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언제부터인가 우리정치는 국민수준에 못따라가고 국민기대에 부응 못하는 정치가 돼온 것이다.
이제 보궐선거의 결과를 정리하면서 정치권은 바로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이 시대 우리 국민이 바라는 정치의 수준과 질이 어떤 것이며 현재 자기들이 하고 있는 정치의 질과 행태에 과연 어떤 문제와 시대착오성이 있는가를 냉철히 점검하고 자기 쇄신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의 현재 모습을 간단히 몇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지금 정치는 당연히 요구되는 문제 해결능력을 결여하고 있고 사회 일반의 수준에도 미흡하는 낮은 도덕성과 고질적인 파당성에 빠져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치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모범성.헌신성.지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 대한 인식과 반성없이는 정치가 국민수준을 따라잡고 국민기대에 부응하기는 틀린 일이다.
우리는 보궐선거를 계기로 정부와 각 정당이 좀더 높은 차원에서 좀더 본질문제에 대한 접근을 통해 정치의 질과 수준이란 문제를 생각해야 하리라 본다. 참패한 민자당이나 기세가 오른 민주당(가칭),후보도 못낸 평민당을 막론하고 14대총선 이전에 스스로 심기일전해 새로운 정치,새로운 정치인 상을 보여줘야 한다.
제도권의 각 정치세력이 이런 자기쇄신의 노려을 보이지 못할 경우 선거마다 충격을 받는 일은 되풀이 될 것이며,그런 현상의 반복은 곧 그들 자신이 현실의 무대에서 사라지는 과정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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