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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똥서 광활성요법 항암제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누에똥에서 신약을 개발한다.』
면역요법과 함께 「제4세대 항암요법」의 위치를 놓고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는 광활성요법에 쓰일 항암제(광활성인자)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는 연세대의대 이원영교수(미생물학)팀이 아주대팀(한보섭·한만정)과 함께 누에의 똥 속에서 CpD(엽록소유도체=Chlorophyll Derivative)라는 신물질인 광활성인자를 개발한데 따른것.
이교수는 최근 열린 연세대의대 암연구소개설기념 심포지엄에서 지난해 개발한 이 신물질(관련기사 중앙일보89년6월5일자9면)이 광활성요법의 동물실험에서 뛰어난 암치료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그동안 벤처비즈니스(모험기업)의 가능성을 모색해 온 삼성물산이 제일제당과 함께 이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광활성요법은 우리나라엔 아직 생소하지만 이미 미국·중국·서독등 유럽에서는 방광암·피부암·유방암·폐암·자궁암·위암등 각종 암치료에 적용돼 특히 초기암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 요법은 외과수술을해야 대부분의 암환자가 효과를 볼수 있다는 종전의 관념을 깬 것으로 암치료가 현재 외과에서 내과로 상당부분 옮겨가게 될 전망이다.
광활성요법은 광활성인자를 정맥으로 주사하면 이것이 신기하게 암세포가 있는 곳을 찾아가 그부위에 모여 빨간 형광색을 내게되고 이때 내시경을 들여다보면서 레이저로 빛을 가하면 광활성인자가 폭발하면서 암세포를 죽여 치료하는 개념이다.
광활성인자로는 종전에 HpD(Hemato Porpyrin Derivative)가 지난 80년대초 개발돼 혈액암(백혈병)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암의 치료에 쓰이고 있었다. 이 경우 주사로 광활성인자를 몸속에 집어넣고 이것들이 암세포주위에 집중적으로 모이는 2∼3일뒤 레이저로 빛을 쬐어 암세포를 죽여 없앤다.
이 치료를 받은 환자는 시술후 2개월동안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는 어두운 방에 있어야 하는데 이는 2개월이내에 햇빛을 쬐면 광선혐오·공포증(포토포피아)이 생길수있고 피부경련·화상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광활성요법은 이달중으로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임상에 적용될 계획이다.
한림대의대 강남성모병원 임규성교수(내과)는 『야그레이저와 아르곤다이레이저를 이용한 광활성요법을 위암·식도암환자의 치료에 첫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이원영 교수팀의 신물질도 머지않아 임상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HpD는 사람이나 동물의 피에서 뽑기때문에 ▲값이 비싼등 제한성이 있고 ▲각종 바이러스의 오염위험등을 안고 있다.
이에 비해 이교수팀의 CpD는 ▲누에의 똥, 송충이의 똥등에서 값싸게 뽑을 수 있고 ▲24시간후 레이저로 빛을 때리면 광활성인자의 활성이 없어져 환자가 시술후 어두운 곳에 오래있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람의 세포에 대한 효과실험에서 HpD가 24시간내에 암세포의 80%를 죽인데 비해 CpD는 1백%를 궤멸시켰다는것.
이들 광활성인자는 나뭇잎등 엽록소를 먹고 자란 누에의 똥에서 뽑아낸 엽록소유도체인데 이속에는 10여가지의 물질이 있어 어떤 성분이 암 부위의 발견과 치료에 효과를 내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교수는 『후천성면역결핍증(AlDS)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레트로(retro)바이러스를 택해 광활성인자를 준 뒤 레이저로 빛을 가했더니 바이러스의 활성을 거의 바닥수준으로 억제했다』고 밝혀 AIDS의 치료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중임을 시사했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신약으로 탄생하려면 5천만달러이상의 비용과 5년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고 레이저를 때리는등에서 아직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미국네브래스카대 송필순박사(광생화학)에게 5천만원을 주어 이번 연구와 관련된 기초데이타를 내주도록 부탁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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