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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도 소득공제? "피도 파나" vs "이미 팔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헌혈횟수에 따라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놓고 법안 발의자와 해당 상임위 전문위원 사이에 이례적으로 공방이 벌어졌다.

근 재경위 전문위원실에서 '매혈(賣血)' 논란 등 윤리문제와 조세형평성, 실효성 등을 제기한 검토보고서를 발표하자, 법안을 발의한 김정권 의원측이 즉각 해당 상임위 위원들과 전문위원에게 반박자료를 제시하며 방어에 나선 것.

소득세법 개정안은=30 ̄40대 직장인들을 주타깃으로 헌혈횟수에 따라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혈에 참여할 경우 그 횟수에 따른 산정가액을 필요경비에 100% 손금산입하는 '법정기부금' 대상에 헌혈을 포함시킨 것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헌혈을 통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최대금액은 전혈의 경우 약 2만1000원, 성분헌혈은 약 8만5000원 수준. 전혈은 2개월, 성분헌혈 2주 간격으로 할 수 있으며, '헌혈횟수×산정가액(4만4520원)×공제율(0.08)'로 계산하면 된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학교, 군인 중심의 단체헌혈 의존율이 높은 상황에서 매년 동.하절기만 되면 혈액수급 비상이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 혈액수급의 85%를 10 ̄20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낳고 있다"며 30 ̄40대 직장인을 헌혈에 동참할 수 있도록 소득공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매혈 등 윤리논란 우려"=반면 이 법안의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재경위 김호성 전문위원은 "헌혈을 한 직장인 등에게 헌혈횟수에 따라 소득공제 혜택을 줌으로써 30 ̄40대 직장인 등의 적극적인 헌혈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타당한 정책방향이라 생각되나 몇 가지 우려가 제기된다"며 3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윤리적인 문제. 김 전문위원은 헌혈이란 '자발적 봉사정신의 발로를 통한 나눔의 실천'이며 특히 신체 일부를 통한 헌신이란 측면에서 소득공제라는 금전적 인센티브로 이를 유도한다는 것은 봉사정신의 의미퇴색은 물론이고 '매혈'로 매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조세의 형평성 차원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혈의 경우 나이, 체격조건, 기타 질병 등에 의해 제한이 되고 있는데다 헌혈을 통해 소득공제가 가능한 대상이 주로 30 ̄40대 직장인 등에 한정돼 있다는 이유다.

이와 함께 실제 소득공제 금액이 적어 조세감면의 실효성 측면에서 효과가 미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전문위원은 대안으로 "정부가 운영 중인 등록헌혈제를 더욱 활성화하고, 30 ̄40대가 가장 관심을 갖는 주택청약 시 일정 자격을 갖춘 헌혈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매혈논란은 한국엔 해당 안돼"=이같은 전문위원의 지적에 대해 김정권 의원측은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우선 '매혈' 논란과 관련, 현행 '헌혈→혈액원→수혈'로 이어지는 혈액유통 과정 자체가 혈액성분별로 수가가 매겨지는 등 사실상 혈액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캐나다 등 일부국가처럼 혈액이 무료로 유통되는 상황에서라면 매혈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해당 사항이 아니란 얘기다.

조세 형평성과 실효성 역시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소득공제 제도 자체가 '직장인'이라는 한정성을 가지고 있으며, 숫자상으로 30 ̄40대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조세형평성을 얘기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

또 헌혈횟수에 따른 소득공제 혜택은 기본 취지가 액수의 적고 많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헌혈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김 의원측은 "전문위원의 문제제기는 그동안 공청회 등을 통해 이미 충분히 검토된 내용"이라며 "이같은 오해를 풀기 위해 상임위 위원들과 전문의원실에 별도의 자료를 제출한 만큼 앞으로 정상적인 입법절차를 밟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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