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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사태-미·소의 자제력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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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련이 리투아니아의 독립을 허용할 가능성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희박하다.
그러나 최근 며칠동안 소련이 리투아니아에 대해 신경전을 벌여온 것은 소련정부내에 리투아니아의 독립허용여부를 놓고 우유부단한 망설임과 갈등이 있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소련의 리투아니아사태 해결을 위한 어떤 종류의 선택도 페레스트로이카 시도 이래 가장 중요한 국제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당국은 만일 리투아니아의 독립을 허용할 경우 곧이어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의 분리독립문제가 고개를 들 것이라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더욱이 기타 공화국내에서도 분리주의자들의 세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지난달 25일 실시된 우크라이나선거에서 의외로 완전독립을 주장한 공화파후보에 다수의 지지도가 몰렸다.
소련군은 리투아니아출신 탈영병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만일 자치주의자들의 선전선동을 경험한 바있는 병사들이 제멋대로 군대를 이탈해 나가는 것을 허용한다면 소련은 곧 군대없는 나라가 묄 것이기 때문이다.
크렘린당국과 군당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투아니아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비극적인 대가를 치르게될 것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
리투아니아사태와 이의 해결양상은 소련개혁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서방국가들이 이 문제와 관련, 건설적인 기여를 할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 있을수 있다. 즉 서방국가들은 발트해국가들이 처한 상황과 소련내 여타 다른 공화국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리운동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소련당국에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다.
미·영·불등 서방의 주요국가들은 2차대전직후 스탈린이 강행한 발트해국가 강제병합을 지금까지 결코 인정한바 없다. 미국정부는 발트해지역의 전전공화국에 뿌리를 둔 망명세력들에 「외교적인 인정」을 여전히 부여하고 있다.
프랑스도 발트해 3국을 소련의 「합법적인 소속국」으로 인정치 않고 있다. 영국은 단지 현 상황만을 그대로 「인지」했을 뿐이다.
그러나 자치요구운동이 일고있는 우크라이나·그루지야·아제르바이잔·몰다비아 공화국등은 경우가 다르다.
이들 공화국들은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서방국가들도 소련연방의 합법적인 구성체로 인정해 오고 있다.
이들의 소련연방 편인시기가 2차대전이후든 1917년혁명이후든, 또는 구러시아제국시대이든 상관이 없다.
이들의 분리운동은 소련의 국내문제인 것이다.
반면 서방국가들은 1920년대 발트해 3국이 형성된이래 줄곧 이들의 독립을 지원해왔다.
물론 서방국가들이 소련연방의 공중분해 자체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서방국가들은 발트해 3국의 독립이 다른 공화국의 선례가 된다고 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소련연방정부가 발트해 3국독립문제에서 심각히 우려하는 것은 『선례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련내의 분리원심력은 2년전 어느 개혁주의자도 예측할수 없을 정도로 거세다.
당초 동구정부가 독자의 길을 가도록 허용했을 때 소련이 기대한 것은 개혁이었지 혁명적 변화나 독립이 아니었다.
2년전 소련은 동구의 유능하고 걺은 공산주의자들이 정치·경제적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룩함 것이라고 믿고 후일 이를 따라갈 방침이었다.
개혁의 근간은 서구자본을 유치하고 적극적인 경제활성 방식을 배우는 것으로, 궁극적으론 소련의 이득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불가리아·루마니아를 제외한 모든 동구권이 이미 서방체제로 넘어가버린 것이 현실이다.
발트해 3국 역시 앞으로 서방국들과 경제발전등 갖가지 부문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이들 3국은 「소련내의 홍콩」이 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발트해 3국이 독립할 경우 이처럼 서구쪽으로 넘어갈 것이 틀림없다.
이것은 소련이 우려하는 바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소련이 어떻게 생각하든 발트해 3국의 독립요구는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할 것이다. 동시에 어떠한 무력개입도 소련에는 커다란 대가를 지불하게 될게 분명하다. <본사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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