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존립근거 위협받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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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최동호 문과대 대학원장이 15일 오전 고대 백주년 기념 삼성관에서 문과대 교수 20여 명과 인문학 위기 타계를 촉구하는 '인문학 위기'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고려대 문과대 교수들이 '인문학 선언문'을 발표하고 인문학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5일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열린 문과대 설립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앞서 발표된 선언문에서 121명의 문과대 교수들은 "인문학은 시대를 초월해 가꿔야 할 소중한 문화 자산임에도 무차별적 시장 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으로 존립 근거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세계화의 급류 속에서 갈등과 충돌을 해소하고 평화적 공존과 문화적 다양성에 입각한 국제사회 건설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인문 정신이 필요하다"며 "인문학은 기술 변화가 가져올 사회문화적 파장에 대해 성찰하고 과학적 탐구의 윤리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문학의 쇠퇴가 지식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문학의 존립을 위협하는 현재의 열악한 환경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국 인문대 학장 성명서 준비 중"=이번 선언문 발표에 이어 26일엔 전국 인문대 학장들이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학 단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조성택(철학) 교수는 "학술진흥재단이 선포한 '인문주간'(25~29일)의 개회식(26일)에서 전국의 인문대 학장들이 공동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가 소득 3만~4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에 대한 국가정책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성명서엔 서울대를 포함해 서울 지역 주요 사립대들이 동참의사를 밝혔으며 전국 대학에서 서명이 진행 중이다.

'열림과 소통의 인문학'이란 주제로 열리는 인문주간 행사는 인문학에 대한 국가의 관심을 촉구하고 대중에게 좀 더 다가서기 위해 이번에 처음 기획됐다. 이 기간 동안 각 대학은 물론 규장각(서울대).서울학연구소(서울시립대) 등 대학 연구소, '연구공간 수유+너머'와 '철학아카데미' 등 인문학 연구단체들이 다양한 학술제와 인문학 체험 프로그램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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