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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단원 되는게 소원"|세기적 스타의 산실 모스크바 발레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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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소련 볼쇼이발레단의 역사적인 한국공연이 오늘 개막돼 4월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강당무대에 그환상의 발레가 펼쳐진다. 본격적인 한소 교류의 물꼬를 트는 이 공연에 즈음해 찾아간 볼쇼이 발레스타들의 산실 모스크바 발레학교를소개한다.<편집자주>
모스크바 발레학교는 볼쇼이발레단의 무용수 3백명 거의 전원이 이 학교 졸업생일 정도로 볼쇼이발레단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어「볼쇼이 발레학교」로도 불린다. 직사각형의 3층짜리 건물인 이 학교 현관 한켠에는「노력붉은기훈장」동판이 붙어있다. 발레 예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소련 문화부가 지난74년 수여한 것이다.
20개의 무용연습실과 극장·강의실·기숙사동 발레댄서 양성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갖춰진 이 학교에서는 만10세부터 17세까지의 소련남녀학생 6백명과 외국유학생 30명등 6백30명이 세계적 발레스타의 꿈을 키우고 있다. 모이셰프·우스티 노바·플리세츠카야·바실리 예프·리에파·막시모바·베스메르티노바·미하일첸코·아나냐시빌리·무하메도프등이 학교 출신의 세계적 발레댄서들이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자랑하는 공연사진들이 양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복도를 걸으면서 교육방법연구담당교사 나제 비흐레바씨가 말했다.
대개 11세인 2학년 남학생 8명이 고전발레를 배우는 연습실. 음악교사의 그랜드피아노 반주에 맞춰 사뿐하고도 힘차게 날아다니던 소년들은 고전발레교사가『한국에서 오신 기자분들께 인사하자』고 하자 몸에 밴듯한 우아한 동작으로 깊게 허리굽혀 인사했다. 모두들 부모가 억지로 강요한게 아니라『스스로 발레가 좋아 이 학교에 입학했다』고 했다.
이 소년들을 지도하던 사모도로바 인나교사는『개인적 재능을 최대로 꽃피울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연구된 교육방법이 우수한 발레댄서를 길러내는 비결』이라며『무엇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 교장이자 젊은시절에는 볼쇼이발레단의 프리마돈나로 명성을 날렸던 소피아 골로프키나여사(75)가 7명의 7학년 여학생들에게 모든 동작을 직접 시범하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바로 잡아주는 고전발레시간.
레나양은 『우리 선생님은 유독 풍부한 표현과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시기 때문에 몹시 힘들지만 앞으로 직업발레댄서가 돼서 무대에 서면 남보다 훌륭한 공연을 할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일본에서 유학온 학생을 포함한 10명의 7학년 남학생들이 발레수업을 하는 모습은 소련발레, 특히 볼쇼이 발레가 남성무용수들의 빼어난 기량을 최대로 살려 힘의 발레를 펼칠 수 있는 까닭을 짐작케 했다. 알렉산드르 본다렌코교사의 세심한 지도를 받으면서 능란한 솜씨로 힘찬 도약을 연습하던 일리야군은『발레슈즈를 구하기 어려워 늘 꿰매신지만 그래도 1년에 70켤레쯤이 닳아 없어진다』며 웃었다.
세계적 발레스타를 꿈꾸는 남녀어린이들이 너나없이 모스크바 발레학교에 입학하고 싶어하는데 지난해의 경우 약1천명의 지원자들 가운데 남녀어린이 각각 30명씩 60명이 선발됐다. 신체조건, 건강상태, 음악성 및 무용에 대한 능력과 성취동기등 3단계로 나누어 교사·의사·무용가등이 엄격하게 심사했다.
학생들은 8년간 무용교육 외에도 음악교육과 일반학교 교육을 받는다.
전체 3백명의 교사들가운데 무용교사의 대부분은 한때 볼쇼이극장 무대를 누비던 전직 발레댄서. 또 볼쇼이극장의 예술감독겸 수석안무가인 유리그리고로비치는 이 학교의 안무교육담당 최고 책임자다. 발레와 음악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이므로 학생들은 입학하면서부터 7년동안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성을 키운다.
또 8년내내 하루 90분씩 고전무용을 공부한다. 그밖에 체조와 스페인·러시아·형가리·폴란드등의 민속무용도 배우며 6학년부터는 이인무나 연기도 익힘으로써 예비 발레댄서 수업을 마무리 한다.
한교실에서 대개 9∼11명씩 수업하므로 학생들은 매우 세심한 개별지도를 받는다. 연습실 바로 위층인 3층에는 3백명을 수용할수 있는 기숙사가 있다.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과목별 이론과 실기를 번갈아 공부한뒤·계속해 공연연습등을 하다보면 밤9시쫌이나 돼야 하루일과가 끝나므로 기숙사가 필요하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 특히 우수한 학생들은 6학년부터 3년간 별도의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다. 발레댄서학위를 받은 이학교 졸업생들의 가장 큰 꿈은 볼쇼이발레단원이 되는 것이다.
이 학교는 원래 1773년 가난한 고아들을 위해 설립, 무용을 가르쳤는데 그후 19세기 에는 볼쇼이극장 소속의 무용학교가 됐다. 1920년에는국립발레학교법에 따라 전국의 재능있는 어린이들을 위한발레학교가 됐으며 현재의 건물로 옮겨온 것은 1967년.
한 교사는 담임반 학생들의 키와 몸무게가 깨알같이 적혀 있는 기록표를 보여주면서 「살찌게 하는 달콤한 음식이라고는 단 한가지도 없는 교내식당에서 주로 야채주스나 과일만 먹어야 하는 식이요법은 고된 발레연습 못지 않게 강한 의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명의 발레스타가 태어나기까지의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다.
『막시모바 선배같은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요.』물뿌리개로 연습실에 물을 뿌리면서도 발레를 하듯 발끝으로 종종거리며 말하는 발레꿈나무들의 표정이 너무 맑고도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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