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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가들 일본으로 몰려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우리나라 화가들의 일본 시장 진출이 최근 들어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각종 전시회가 잇따라 열리는 것은 물론 전시 작품이 잘 팔리는 등 한국 미술이 서서히 각광 받기 시작했다.
올 들어서만 김견정·장순업씨 등 10여명의 국내 화가들이 일본 화랑의 초대로 개인전을 열어 호평 받았으며, 묵조회전·한국 여류 화가 20인전 등 단체전도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국내 화가들의 일본 전시회는 대부분 우리 미술을 일본 화단에 소개하고 알리는 차원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나 최근엔 전시 작품이 상당수 팔리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일본 시장에 파고드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 정서가 비슷해 공감의 폭이 구미 작품에 비해 클 뿐 아니라 작품 값도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싸 투자 가치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발맞춰 27일부터 4월2일까지 동경의 국제 무역 박람회장에서 열리는 제1회 동경 아트페어에는 국내 9개 화랑이 대거 참가하는 등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참가 화랑은 국제·미·진·샘터·에이스·아나·동숭아트·표화랑과 부산의 유화랑 등이다.
국내 화랑들이 세계 미술 시장에 이처럼 대거 참가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 우리 미술을 세계 미술계로부터 평가받는다는 점 외에도 일본 미술계를 크게 의식한 때문이다.
각 화랑의 참가 작가는 다음과 같다.
▲국제 화랑=황창배 ▲미화랑=김견정·이존수 ▲진화랑=남관 ▲샘터 화랑=전혁림 ▲에이 스화랑=유고 화가 쿨모, 조각가 문신 ▲아나 화랑=오수환 ▲동숭아트센터=김구림·고진아·
조성묵 ▲표화랑=박영성 ▲유화랑=이만익
일본에 진출해 개인전을 갖는 작가들은 대부분 국내에서보다 2∼3배 가량 비싼 가격을 받고있으나 잘 팔리고 있어 밝은 전망을 보이고있다.
지난 1월5∼19일 동경의 스파이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김견정씨는 호부 10만엔 정도의 값을 매겼으나 전시 작품 22점이 거의 팔리는 성공을 거뒀다.
김씨는 특히 전시회 기간 중 NHK교육TV에 출연, 20분 동안 저명한 미술 평론가 난조 마사오씨와 대담을 갖는 등 일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올 10월에도 아사히 신문사 초대로 다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장순업씨는 지난 1월18∼26일 동경의 광채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어 출품작 20여점을 모두 팔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여기에 힘입어 다시 2월23일부터 3월8일까지 옴파러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고 15점을 전시, 호응을 받았다.
장씨는 내년 봄에는 세계적 화랑으로 손꼽히는 동경의 야로히 미술관의 초대를 받아 대작 중심으로 전시회를 갖기로 했다.
김·장씨의 작품은 특히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독특한 화풍으로 각광받았다.
이들 외에도 서양화가 김인윤씨 (2월26일∼3월3일 왕창 화랑), 복정순씨 (3월2∼14일 오사카의 ABC (화랑), 조각가 윤성진씨 (2월19∼24일 촌송 화랑), 도예가 한영순씨 (2월15∼26일 후쿠오카의 파사르 홀) 등이 일본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앞으로도 서양화가 최종섭씨가 오는 4월2∼7일 시천 화랑서, 김종상씨가 5월께 각각 일본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이같은 일본 전시회는 아직까지는 알음알음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실정. 앞으로는 본격적인 판매 목적의 전시회를 주관할만한 매니지먼트 회사가 필요한 시점으로 지적된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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