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방송개방」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찬성>

<상호신뢰 회복 가능>
우정렬<부산시 사하구 괴정3동240의80>
최근 남북간의 방송개방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는 것은 남북공동체형성과 상호간의 신뢰회복을 위해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북한이 수용할 의사가 없더라도 우리 쪽이 일방적으로 TV와 라디오를 개방하자는 주장에 대해 전향적으로 다각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정부측의 국회답변은 남북교류에 임하는 전진적인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환영할만한 일이다.
물론 남북간 TV·라디오 개방은 상호주의원칙아래 방송 실태확인, 기술상의 문제, 보급수준 등 충분한 검토와 협의를 거쳐 결정돼야 할 것이다.
남북한관계는 서로 적대시하고 불필요한 부문에서 경쟁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호 신뢰분위기를 조성해 가는 가운데 서서히 동질성이 회복되고 통일에의 날도 가까워지리라 믿는다. 그 일환으로 남북방송개방은 우선적으로 실현돼야 한다고 본다.

<동서독 선례따르자>
서상우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3동 철우아파트 4동305호>
동서독간에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것은 60년대 브란트 서독총리의 동독에 대한 조건 없는 방송개방이 기반을 이뤘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동독을 탈출한 동독인의 제일성이 서독방송을 청취하고 동독과 비교하여 삶의 차이를 실감한 것이 탈출의 동기였다고 술회한 동독인의 말을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김일성을 향해 동독을 닮으라고 할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서독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한이 동시에 방송개방을 한다는 생각이라면 아예 남북간에 방송개방을 안 하겠다는 생각이나 다름이 없다. 왜냐하면 개방을 할 경우 북한측이 체제붕괴가 가시화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응할 리 만 무기 때문이다.
우리가 먼저 방송개방을 할 경우 국민들이 저들의 방송에 쉽사리 세뇌 당하리란 생각은 우리국민의 의식수준을 과소평가한데 따른 기우라고 본다.

<더 이상 이질감 없게>
고성규<경기도 부천시 중구 심곡2동 379의13>
남북간의 방송을 개방함으로써 얻게되는 이득이 손실보다 훨씬 크다고 믿는다. 굳이 독일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오늘날 전파매체의 영향력은 실로 지대하다. 이 때문에 혹자는 방송을 통한 북한의 대남 정치공작을 염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KBS등을 통해 북한의 선전용 필름을 여과 없이 방영하는 것을 여러 차례 시청했지만 그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분단이래 6천만 겨레의 염원인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한간 민족동질성의 회복이 무엇보다 절실한 바, 북한에서 출판된 표준어 사전에 수록된 15만 단어 가운데 7만 단어 가량이 우리의「국어대사전」에는 없는 말이라는 충격적 소식을 들은 바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남북한간의 사회·문화적 이질감의 확대를 좌시해선 안 된다.
과감하게 우리가 먼저 북의 방송을 개방하자.

<반대>

<방송기술상 어려움>
김주열<서울 강동구 상일동 주공아파트 607동503호>
최근 사회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남북한 방송개방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통독무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동서독 방송개방이라고 하지만 동서독과 우리는 방송기술상 다른 점이 있다.
동서독은 TV방송 시스팀이 같아 기술적인 장애가 없는데 비해 우리는 시스팀이 서로 달라(남한NTSC방식, 북한PAL방식)방송개방이 된다하더라도 변환장치를 부착하지 않는 한 상호시청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설사 개방된다하더라도 북한의 생리상 대남 비방방송과 선전에 열을 올릴 것은 뻔한 일이다.
따라서 방송프로그램·방송인교류, 기술적인 장애제거 등을 통해 상호신뢰구축이 먼저 이
루어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의 대북 정보욕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 정부는 북한정보를 보다 많이 공개하고 언론에서도 북한정보를 많이 다루어 주었으면 한다.

<성급하면 혼란 불러>
이성복<경기도 구리시 수택동495의 3>
남북간 방송 전면개방은 우리측의 의욕만 갖고 일방적으로 추진될 수 없는 일이고 북한과 방송체제 및 기술, 방송내용, 주민의 의식수준, TV·라디오의 보급수준 등에 관해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추진해야할 것으로 본다.
동서독이 오늘날 사실상 통일상태를 유지하게 되기까지 방송개방에 크게 힘입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하루속히 전면개방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많은 국민의 간절한 소망이겠지만 남북한 주민의 의식수준이 동서독 국민과 비교, 아직 많은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고 최근 콘크리트 장벽문제, 제4땅굴발견 등으로 상호불신이 심각한 상태에 이른 현실을 감안할 때 조급한 추진은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 우리는 북한의 일방적 정치선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북한 방송은 이미「민민전방송」등 대남 방송국을 설치하여 선전 선동적 프로를 제작·방영 중에 있는 반면 우리는 아무런 준비가 없고 방송내용의 대부분이 김일성·김정일 우상화와 대남·대미 비방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에 대한 대 국민 홍보방안이 선결돼야 할 것이다.

<북한주민 보게될까>
이승훈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1017의8>
남북간 방송개방은 상호주의원칙에 입각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다. 물론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어차피 다루어져야할 사안이고 보면 한편으로 수긍이 간다.
그러나 소련을 비롯한 동구공산권에도 개방의 바람이 불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음에도 불구, 폐쇄를 고집하고있는 북한이 방송개방이 됐다하더라도 우리방송을 북한주민들이 시청하도록 할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서로 프로그램을 교환하거나 공동 제작하는 방식의 초보적인 단계에서 출발, 전면 개방하는 점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