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판도바뀐 세계 피겨스케이팅 무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은반의 요정」카타리나 비트(동독)가 프로로 전향한 후 세계 여자피겨스케이팅의 판도는 유럽에서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돌아갔다.
지난11일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폐막된, 90년도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만년3위 권에 머무르던 질트레너리(21·미국)는 일본의 이토 미도리를 꺾고 챔피언에 올라 비트에 눌려 맥을 못 추던 북미(캐나다포함)에 피겨스케이팅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적인 코치 카를로 파시의 지도로 미국 챔피언을 세 차례나 석권했던 트레너리는 그 동안 비트→미도리의 그늘에 가려 세계정상을 밟아보지 못했다.
89년도 파리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그친 트레너리는 화려하진 않지만 고전적인 스타일의 우아한 스케이팅을 구사, 올드 팬들로부터 인기를 끌었었다.
지난 70년대 미국피겨스케이팅의 자존심을 지켜온 챔피언들인 페기 플레밍, 도로시 해밀 등을 배출한 파시코치는 비트의 화려한 연기와 미도리의 뛰어난 점프 기술 등을 혼합시킨 완벽한 스타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왔다.
이번 대회에서 트레너리는 규정종목(컴펄서리)에서 1위를 차지, 10위로 부진한 미도리를 일찌감치 따돌렸다.
그러나 저력의 미도리는 자유종목 (프리스케이팅)에서 뛰어난 3단 점프를 구사, 3명의 심판으로부터 6·0만점을 얻는 등 트레너리를 위협했다.
트레너리도 네 번의 점프를 성공시키는 등 우아한 연기를 펼쳐 결국 규정종목에서 따돌린 미도리의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을 차지하게 된 것.
이로써 세계여자피겨스케이팅의 판도는 미국의 트레너리와 일본의 미도리(89챔피언)가 양분하게 됐으며 일본계 미국인인 크리스티 야마구치, 유럽챔피언 인에불린 그로스만(동독)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한편 남자부문에서는 캐나다의 쿠르트 브라우닝(23)이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으며 페어스케이팅은 소련의 마리나 클리모바-세르게이 포노마렌코조의 독주가 또다시 계속됐다. 【외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