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대북 인식 차 너무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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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10개월 만에 다시 얼굴을 맞댄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와 한.미 동맹 재조정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다. 정부는 정상회담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명환 외교부 1차관은 13일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 노력에 새 탄력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전문가들은 "두 정상의 대북 인식 차이가 워낙 커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원론 수준에서 의지만 재확인할 가능성이 크다"며 비관적인 관측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의 진단과 전망을 정리했다.

◆ 북핵 문제=두 정상이 북핵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인택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소 소장은 "큰 합의를 이뤄내기는 어렵다고 본다. 원칙적인 입장 정도만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부장 역시 "두 정상은 대화와 압박을 통한 해결이라는 원칙에 공감을 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양측의 견해 차가 워낙 뚜렷해 정상회담에서 해결되거나 조율되는 부분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국 측 전문가도 썩 긍정적이지 않다. 에드윈 풀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은 "대북 관계에서 한.미 관리들 간의 의견 차를 우려한다"며 "양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통일된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북한의 핵 실험 위험성을 기자회견에서 언급할 필요는 없으나 회담에선 이 문제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북 제재=추가 대북 제재에 대한 두 정상의 자세가 달라 의미 있게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미 간에 근본적 접근 차이가 있어 기본 노선에 대한 합의 없이 구체적 논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현 소장), "정상회담의 성격상 제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금융.인권 압박을 통해 북한 핵을 포기시킨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김 부장)는 의견이 한국 측에서 나왔다. 유 교수는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해제했던 대북 제재 조치를 돌려 놓으려 한다"며 "대북 경제 제재에 동참하도록 관련 국가를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의 풀너 이사장은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면 한반도와 동북아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린 전 보좌관은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금융제재 완화를 요청하는 것은 현명치 않다"고 충고했다.

◆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이견 없이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 소장="10월에 열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국방장관들에게 구체적 내용을 논의하게 할 것으로 본다."

^김 부장="한.미 동맹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전작권 환수를 매듭짓자는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 교수="이미 서로의 입장을 알고 있는 상태라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풀너 이사장="정상회담과 다음달 열릴 SCM에서 서로 만족할 결과가 나오리라고 본다. 전작권 환수는 미국이 진행 중인 세계 방위전력 재구축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린 전 보좌관="전작권 문제에 원칙만 합의하고 구체적인 실행시기는 한반도 상황에 따라 조정할 것이라고 발표해야 한다."

이철희.신은진 기자,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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