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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사업의 복병은 문중 땅?

중앙일보

입력

아파트 개발업체들이 무서워하는 건 딱 두가지다. 하나는 문화재이고 다른 하나는 문중 땅.

아파트를 짓기 위해선 개발 예정 부지내에 문화재가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는 문화재 시굴조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만약 문화재가 나오면 사업은 '일단 멈춤'이다.

문화재 발굴작업이 끝날 때까지 사업추진이 중단돼 업체는 사업자금 대출 이자 등 금융비용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또 문화재 발굴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업체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올 가을 경기 용인에서 500가구 가량의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었던 S건설은 분양시기를 내년으로 늦췄다.회사 관계자는 "사업예정부지에서 문화재가 나와 단지설계작업부터 다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문의 로또'인 문중 땅 놓고 후손들 갈등 심해

그나마 문화재 문제는 '시간+돈'만 들이면 해결할 수 있다.하지만 문중 땅은 복병중의 복병이다.소유관계가 불분명해 누구로부터 땅을 사야 하는지조차 업체측은 헷갈린다.

문제가 되는 문중땅은 방치돼 있었던 땅인 경우가 많다. 용인시 동백동과 중동에 걸쳐있는 어정가구단지가 한 예다.

나환자 재활촌이었던 이 일대 15만평이 아파트 개발이 가능한 '시가화 지구'로 땅의 용도가 바뀌고 2004년부터 개발업체들이 땅을 사기 시작하자 가구단지 한가운데 있는 1만 5000평의 문중 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나환자촌이어서 개발얘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평당 1000~2000원에도 거들떠 보는 사람이 없었는데 개발바람이 불면서 땅 값이 200만~4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폭등하자 '때 아닌 효자'들이 많이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등기부등본상에는 이 땅의 소유주가 H씨 외 H씨 일가 8인으로 돼 있으나 이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또 다른 후손들이 송사를 벌이고 있다. 대문중 땅이냐 아니면 소문중 땅이냐를 놓고 다툼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심 판결에서는 대문중 땅으로 판결이 났다.하지만 판결에 불복해 소문중 후손들이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문중 땅은 '가문의 로또'로 불릴만큼 땅 소유주들한테는 뜻하지 않았던 '횡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소유 관계가 복잡해 한 번 송사가 붙으면 대법원까지 가는게 일반적이다. 오죽하면 가장 의견일치가 잘 되는 게 문중 땅 처분회의, 가장 의견일치가 안 되는 게 문중 땅 배분회의란 말이 나올 정도다.

어정가구단지 개발사업은 전체 15만평 중 (주)꾸메도시가 6만평 가량의 토지를 확보했고 서해종합건설이 3만평을 사모은 상태다. 꾸메도시 관계자는 "올 가을께 용인시에 이 곳을 도시개발지구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내고 관련 절차를 거쳐 2008년께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인 성복동에서 올 가을 분양될 예정이었던 CJ개발의 프로젝트도 문중 땅 때문에 발목이 잡힌 경우다. CJ개발 관계자는 "사업부지 3만3000평 한 가운데에 L씨 문중땅이 자리잡고 있는데 소유주들간의 다툼이 심해 개발업체가 해당 땅을 매입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업체인 제니스건설 관계자는 "L씨 후손들끼리 땅의 소유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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