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고수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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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가치 투자 비법을 알려 달랬더니 '퀸카 이론'을 들먹인다. '한국의 워런 버핏'을 꿈꾸는 VIP투자자문 김민국(사진) 공동대표의 설명이다. 널려 있는 가치주를 주워 담기만 하면 되던 코스피 지수 600 시절과 지금은 다르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아직도 제 가치만큼 평가받지 못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조금만 가꾸면 퀸카로 거듭날 수 있는 여자친구처럼, 시장에서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빛날 수 있는 종목을 찾죠. 독점적 지배력을 갖고 꾸준한 수익을 올리며 배당을 많이 주는데도 주가가 낮은 종목, 찾으면 보입니다."

김 대표는 이제 갓 서른을 넘겼다. 젊은 혈기에 시장과 함께 춤추며 투자를 할 법한데, 우직하다. 이거다 싶은 종목은 3년 이상 묵혀 둔다.

"철저한 기업분석을 통해 맞다 싶으면 사서 장기간 보유합니다. 주가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명색이 2000억원을 굴리는 펀드매니저인데 주가를 안 본다니….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을 물으니 본인도 모른단다(나중에야 계산해 보니 4% 정도 된다고 알려왔다). 수익률이 저조하다고 펀드매니저가 반성문을 쓰는 판국에 이 남자, 태평하다. 그럴 것이 애초에 돈을 '골라서' 받기 때문이다. 3년 이상 투자할 수 있는 돈만 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제 발로 찾아온 사람도 돌려보낸다.

장기간 투자하면 된다니 가치 투자도 쉬워 보인다. 그러나 김 대표, "웬만하면 간접투자를 하라"고 잘라 말한다. 최악의 투자는 나쁜 주식을 오래 들고 있는 것이란다. 잘 알지도 못하는 종목을 샀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종목 발굴이 직업인 전문가와 가욋일로 기업을 분석하는 일반인의 차이란 투자의 세계에선 치명적이다. 그래도 직접 투자하겠다면 김 대표는 "잘 아는 분야를 공략하라"고 충고한다.

"주부라면 백화점.할인점에서 잘나가는 상품을 만드는 기업을 주목합니다. 약사라면 제약주, 교사라면 교육 관련주, 건설업자라면 건설주를 봐야죠. 소문과 뉴스에 휩쓸려 모르는 종목에 투자했다간 연전연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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