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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인터넷 삼국지' 사이버 민족주의 극성

중앙일보

입력

한중일 누리꾼들의 자존심 싸움이 본격화됐다.

최근 영화 '괴물'(감독 봉준호)을 두고 일본 누리꾼이 일본 애니메이션 'WX 기동경찰 페트레이버 극장판-폐기물 13호'에 나오는 괴생물체를 그대로 베껴 '괴물'을 만들었다고 시비를 걸었고 한국 누리꾼들은 "일본침몰이야말로 미국영화 '투모로우'를 베낀 것"이라고 공격성 댓글을 올리고 있다고 동아일보가 13일 보도했다.

일본 대 한국뿐만이 아니다. 동북공정, 독도 영유권,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삼국의 영토, 역사 대립이 증폭되면서 인터넷에서는 한중일 '민족주의 전쟁'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온라인 축구 게임 '익스트림 사커'의 일본 서버에 집단적으로 들어가 채팅창을 '고이즈미 할복' 등 욕설로 도배했다.

한국 서버도 마찬가지.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게임이 오픈되면 중국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들어와 종종 게임이 끊길 정도"라고 밝혔다.

한국 누리꾼들도 감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영화 포스터로 만든 중국 동북공정 패러디, '고이즈미 부수기, 고이즈미 멀리차기' 게임 등이 인기다.

인조이 저팬, 와우 저팬 등 한국-일본어 번역기를 통해 글을 올리는 커뮤니티에도 민족주의 정서가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일본 누리꾼이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다' 등의 글을 올리면 수많은 한국 누리꾼의 댓글이 따라붙는다.

전문가들은 동북아 3국 누리꾼간 민족주의적 정서가 인터넷 담론을 형성하며 쟁점화되고 있는 현상을 '사이버 민족주의 증후군'(Cyber Nationalism Syndrome)으로 설명했다. 백지운 인천문화재단 연구원은 "사이버 공간이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게 해주기보다 비슷한 입장을 강화하는 속성으로 가다보니 민족주의 정서가 더욱 극단화, 저급화된다"고 지적했다.

임지현 한양대 교수는 "삼국의 누리꾼은 한 국가에서 민족주의가 대두되면 나머지 국가의 민족주의도 도드라지고 이에 모든 국가의 민족주의가 강화되는 '적대적 공범관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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