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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도 동부변혁 사정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격동이랄까 열광이라고하는 것은 그리 길게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물건이 방출하는 에너지에는 일정한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소련·동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주의 붕괴의 드라마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예외인것 같다.
지난해 폴란드에서 루마니아에 걸쳐 일어난 동유럽 민주화 도미노현상은 이제 본가인 소련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레닌의 거대한 백상을 배경으로 레닌주의를 부정하는「피할수 없는」역할을 고르바초프는 완수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에 처해있으며 그 전서가 어떨지 아직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동구의 바람이 아시아 사회주의의 장래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천안문사건이후 중국은 표면상 경제개방노선을 표방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엄격한 규제를 가하는 강압정책을 견지하고 있으며, 북한에서도 특유의 리거리즘 (엄격주의)을 변경할 미동조차 보이지지 않고 있다.
아시아는 이처럼 유럽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르바초프도「유럽 공통의 집」이라고 말하지만 「아시아 공통의 집」이란 말은 하지 않고 있으며, 부시의 소위 「봉쇄를 넘어서」란 제안도 유럽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아시아를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시아의 사회주의도 머잖은 장래에 커다란 변화가 반드시 찾아올 것으로 생각된다.
미소간 동서냉전이 발생했을 때도 처음엔 「유럽의 현상」으로 시작했으나 몇년 후엔 아시아로 확대됐다. 마찬가지로 사회주의의 조낙도 우선 유립에서 시작됐지만 머지않아 아시아에 파급될 것이 틀림없다.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정경분리는 일시적으로는 통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다.
보수노선의 제론토크라시(노인지배)가 일단 무너지기 시작하면 강쩌민(강택민)·리펑 (이붕)으로는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세습적 후계체제로 김일성체제의 영구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후에 스탈린이「비스탈린화」의 비판의 화살을 맞고 마오쩌둥(모택동) 이 비모화」의 폭풍을 맞았던 것 처럼 김일성도 머잖아「비김일성화」의 거센 파도에 씻겨나가고 말것은 역사의 법칙이라해도 좋다.
중국과 북한의 변화가 언제 어떠한 형태로 올것인가를 예측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늦어도 최고권력자의 신상에「만일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 그 변화가 시작될 것이며, 그 프로세스는 완만한 것이 아니라 급격한것이 될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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