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모두가 반대하는 전작권 조기 단독행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단독행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분출하고 있다. 전직 국방장관.예비역 단체.지식인에 이어 전직 고위 외교관 160명과 경찰 총수 25명이 반대 성명을 냈다. 일부 기독교 단체에선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전직 국방장관과 한미연합사령관 출신들도 같은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전직 국방장관들이 반대 성명을 냈을 때 이 정권은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넋두리' 식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런 반대 성명이 각계에서 줄을 잇고 있다. 특히 현 정부에서 장관 등 요직을 거쳤던 인사마저 동참하고 있다. 심지어 신중한 언행을 신조로 삼는 외교관들이 집단 의사를 표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그렇다면 이들도 '현실에 무지한 사람'들인가.

그러나 사정은 정반대다. 이들은 수십 년간 공직에 근무하면서 우리의 험난했던 안보 현실을 지켜본 산증인이다. 대통령을 포함해 현 정권, 특히 '일부 386 실세'가 결코 쌓을 수 없었던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다. 존폐 문제로 핵심 이슈가 된 한미연합사의 기능에 대해서도 부사령관을 지내 그 시스템을 훤히 뚫고 있는 인사도 있다. 그렇다면 누가 전문가인지는 자명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정부는 누가 봐도 명백한 사안을 갖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우선 연합사 해체 이후의 협조 관계다. 존 틸러리 전 사령관은 "한.미가 현재같이 얽혀 있지 않다가 위기 시에 호흡을 맞추려면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정권은 '별도의 사령부가 더 효율적'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미국이 정보 자산을 한국에 계속 제공할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 단독행사에 필수 장비인 고고도 무인정찰기 판매를 미국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전작권 환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등 허황된 설명만 하고 있다. 더 이상 고집 부리지 말고 국민의 뜻에 귀를 기울여라. 무엇보다 단독행사 시점을 졸속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