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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소곤소곤연예가] 재테크 달인 김생민, 출연료 모아 1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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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방송국 녹화장의 출연자 대기실에서 펼쳐지는 진풍경 하나. 웅성웅성 연예인들이 잔뜩 모여 있는 틈을 비집고 헤쳐 들어가면 그 중심에는 거의 반드시 개그맨 김생민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이 그에게 귀를 바짝 기울이며 듣는 얘기는 연예가 뒷 소식이 아닌 피부에 팍팍 와 닿는 생생한 재테크라는 것. 참고로 김생민은 방송생활 14년 동안 행사나 광고 출연 한 번 없이 오로지 발로 뛰는 리포터 출연료로 무려 10억원 이상을 모았다. 덕분에 방송국에서는 공식적인 경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그에게 얼마 전 잊지 못할 재무상담이 있었다는데.

"화장실을 갔는데 우연히 가수 '비'를 만났어요. 간단히 인사하고 볼일 보러 들어갔다 나오는데 밖에 비가 서 있더라고요. 저 만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러고는 평소 제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저에게 재테크 조언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세계적인 스타인 비에게 감히 제가 가지고 있는 소박한 경제상식을 조금 나누었죠."

김생민이 남다른 경제 관념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는 고3 수험생시절, 갑자기 집안이 기울며 당시 방 2개짜리 집에서 두 명의 누나와 엄마.아빠, 그리고 뇌졸중으로 거동이 어려운 할머니가 함께 살아야 했다. 그때 누울 곳이 없어 고시원 지하방에서 지내며 굳게 결심했다.

"20대에 내 집을 갖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일단 학비부터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 신문 가판대에 우연히 '최진실 CF 출연료 2억'이란 대문짝만한 기사를 봤죠."

그 한 줄 때문에 연예인은 되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CF는커녕 방송 출연도 녹록지 않았던 그가 여전히 힘겹게 사는 연극계 선배들을 보며 궤도를 수정했던 것.

"일단 연예인이라는 거품을 걷고, 어깨의 힘도 뺐죠. 그리고 다른 연예인들이 기피하는 3D프로그램인 촬영 시간은 길고, 방송은 짧게 나오고, 여기에 출연료까지 적은 역할이라도 무조건 다 했어요. 고정된 수입이 있어야 했거든요."

그 후 피 같은 돈이 조금씩 통장에 모이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부자'의 길은 기약 없고,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모르면 물어보라고, 경제의 'ㄱ'자도 모르지만 무작정 책부터 사서 공부를 시작했죠. 열심히 파고들다 보니까 '아는 것도 돈'이더라고요."

독학 경제박사 김생민이 조언하는 부자의 첫걸음은 무엇일까.

"돈이 얼마나 있는가보다 내가 경제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목표를 가지고 계획하세요. 같은 오늘은 살아도 10년 후는 분명 하늘과 땅 차이라는 사실."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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