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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엔드에서의 꿈같은 일주일

중앙일보

입력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뮤지컬의 메카다. 본지 공연 담당 기자인 최민우 기자가 8월말 1주일간 웨스트엔드를 둘러 보고 왔다. '뮤지컬 빅뱅'이라는 말처럼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뮤지컬. 과연 뮤지컬 본향에서의 흐름은 어떨까. 웨스트엔드 뮤지컬에 대해 총 10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2회] 퀸과 공상 과학의 만남-위 윌 락 유(We wii Rock You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We Will Rock You'(Dominion Theater)는 그룹 퀸(Queen)의 음악을 사용한 뮤지컬이다. 이것을 본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런던까지 와서 뭐 그런 싸구려를 보느냐" "애들 만화 같다" 등 시큰둥한 분위기였다. 이 작품은 2002년에 초연됐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가 참여했고, 호주 출신 벤 엘튼이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평단에서 엄청난 혹평에 시달렸지만 객석의 뜨거운 호응에 힘업어 4년째 롱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내년 상반기중에 공연될 예정이다. 우리로선 '맘마미아'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뮤지컬이다. 아바의 음악을 이용해 이야기의 얼개를 짜간 '맘마미아'처럼 주크 박스 뮤지컬(jukebox musical.기존에 이미 발표된 대중 음악을 활용해 만든 뮤지컬)의 하나다.

배경은 현재로부터 300년쯤 지난 미래다. 더 이상 창조적인 노래란 없이 모든 음악은 프로그램화돼 있다. 이름대신 이메일 주소를 쓰고, 주어진 것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따라해야 한다. 창작욕이란 철저히 거세된 인간만이 넘치는 데 주인공 남녀는 이를 거부한 채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고자 한다. 세상을 지배하는 '글로벌소프트'는 두 사람을 격리시킬 뿐 아니라 이참에 아예 획일화된 질서를 해치는 무리, 즉 록의 정신을 면면히 지켜오는 젊은이들을 송두리 째 없앨 음모를 꾸민다. 탈출과 사랑, 좌절과 모험을 거쳐 둘은 마침내 록음악의 본질을 깨달으며 세상의 변화를 앞장선다.

언뜻 봐도 알겠지만 스토리는 다소 황당하다. 립싱크.보이 밴드의 범람으로 음악이 사라졌다는 풍자가 있긴 하지만 어차피 이 작품에서 엄청난 철학과 기지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이야기는 그저 포장일 뿐 철저히 퀸을 향한 헌정 뮤지컬이다. 'Bohemian Rhapsody'를 주제음악처럼 뮤지컬 내내 깔면서 그들의 7,80년대 히트곡 'Another One Bites The Dust' 'Don't Stop Me Now'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Sombody To Love'를 차례로 들을 수 있다. 물론 마지막곡은 예상대로 'We are the Champions'로, 본 공연에서 제대로 들려주진 못 한 '보헤미안 렙소디'는 커튼 콜때 불려진다.

관객은 마치 콘서트장에 온 듯 흥겨워한다. 맥주를 마시며 손을 올려 박수를 치다, 야광 막대기를 휘두르더니 급기야 마지막엔 모두들 일어나 흔들어댄다. 그런데 난 묘한 감정에 휩싸여 좀체 즐거울 수가 없었다. 왜? 이 작품이 너무 상투적이라? 아니다. 나의 중고교 시절 늘 귀에 꽂고 다녔던 퀸의 노래를 2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듣는다는 게 너무 좋으면서도, 아무리 뮤지컬 배우들이 노래를 잘 한다 한들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광기 어린 목소리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91년 에이즈로 사망한 프레디의 무대를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게 새삼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뮤지컬이었다. 그건 과연 성공일까, 이 작품의 한계일까.

*TIP)줄거리

제1막

지금으로부터 300년 후. 글로벌소프트(Globalsoft)라는 회사가 세상을 지배하고 악기는 금지되어 있다.

사서인 '팝(Pop)'은 '비밀의 역사(the Secret Histories)'를 읽다가 비밀경찰에게 들키게 된다. 그는 경찰 우두머리인 '카쇼기(Khashoggi)'에게 "구원은 바로 승리자의 땅에서 발견될 것이며 아주 밝은 별 하나가 그 길을 안내할 것"이라고 책에서 본 예언을 이야기한다. 카쇼기는 그를 잡아가 버린다.

학교에서는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다(Radio gaga- 라디오 가가). 모두 축하하는 분위기이지만 자칭 '갈릴레오 피가로(Galileo Figaro)'라는 한 젊은이만은 다르다. 그는 글로벌소프트에 의한 억압이 못마땅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I Want to Break Free - 벗어나고 싶어). 담임교사는 카쇼기에게 그의 불온한 사상에 대해 보고하고, 눈에 띄게 개성이 강한 또 한 명의 졸업생 '스카라무슈(Scaramouche)'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녀는 그 순간에도 가가 여학생들과 논쟁하느라 바쁘다(Somebody to Love - 사랑할 만한 사람). 두 사람은 체포된다.

글로벌소프트 사장이 강한 인상을 풍기며 입장한다(Killer Queen - 킬러 퀸). 카쇼기는 레지스탕스(저항세력)를 저지하려는 자신의 노력과 팝이 말했던 예언에 대해 보고한다. 킬러 퀸은 그에게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악기들을 찾아낼 것을 명령하고, 또한 시민들이 반역자들의 말에 혹하지 않도록 주의를 딴 데로 돌리라고 지시한다(Play the Game - 게임을 하세요).

갈릴레오는 카쇼기로부터 심문을 받고 있다. 갈릴레오는 머릿속에서 이상한 말들이 들린다는 사실을 밝히지만, 그것이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신도 알지 못한다. 그와 스카라무슈는 환자용 침대에 누워 잠에서 깨어난다.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그들은 서로가 꽤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둘은 함께 도망친다.

킬러 퀸과 카쇼기는 숨겨진 악기들을 찾아내기 위해 스톤헨지(Stonehenge)를 폭파한다. 두 사람 모두 레지스탕스가 전멸하는 그 날을 그려본다(A Kind of Magic - 놀라운 마법).

다른 곳에서는, 보헤미안이라는 저항세력의 멤버들이 악기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모으고 있다. 그들은 지하공간에 숨어 예전에 존재했던 음악을 재발견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노력해 왔다(I Want It All - 모든 것을 원해). 갈릴레오와 스카라무슈가 그 곳에 도착하자, 보헤미안들은 몸을 숨긴다. 갈릴레오는 스카라무슈에게 자신의 꿈과 머릿속에서 들리는 말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 보헤미안들은 그 얘기를 듣고 두 사람이 스파이라고 생각하지만, 갈릴레오는 간신히 오해를 풀고 자기가 진실하다는 것을 그들에게 납득시킨다. 보헤미안들은 둘을 그들의 은신처로 데리고 간다(Headlong - 거꾸로).

이들은 '하트브레이크 호텔(Heartbreak Hotel)'에 도착한다. 그 곳에서 갈릴레오와 스카라무슈는 보헤미안 레지스탕스의 나머지 멤버들을 소개받는다. 그들은 자신들을 이끌어 줄 지도자인 영웅을 기다려 왔으며, 갈릴레오가 바로 그 영웅이라고 생각한다(No One But You -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 하지만 갈릴레오는 록큰롤이 무엇인지도 몰랐기에 자신이라는 확신이 없다. 확신할 수 없기는 보헤미안들도 마찬가지였으나 그가 영웅임을 증명해 보이려 노력한다(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 사랑이란 이름의 작고 묘한 것).

카쇼기가 도착한다. 그는 갈릴레오와 스카라무슈에게 감시 장치를 달아 두었고 보헤미안의 은신처까지 그들을 추적했던 것이다. 심한 격투가 이어지고 보헤미안들이 대부분 체포되는 와중에 갈릴레오와 스카라무슈는 달아난다.

제2막

한편 다른 시민들은 투쟁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삶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간다(One Vision - 하나의 환영). 갈릴레오와 스카라무슈는 몸에서 추적 장치를 발견하고, 스카라무슈는 역추적이 가능하도록 장치를 변환하는 데 성공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당장은 자유롭더라도 결국 붙잡혀 죽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며, 이는 둘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도록 하는 자극제가 된다(Who Wants to Live Forever - 누가 영원한 삶을 원하는가).

카쇼기는 보헤미안들을 심문하지만 쓸 만한 정보를 많이 얻지는 못한다. 그는 그들의 기억을 삭제하도록 명령한다(Flash - 섬광/Seven Seas of Rhye - 리헤의 7개 바다). 갈릴레오는 꿈에서 보헤미안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보게 되며 잠에서 깨어난다. 스카라무슈는 역추적장치로 카쇼기를 염탐해 왔으므로 이미 다 알고 있다. 그 둘은 리헤의 7개 바다로 가서 친구들을 구하기로 결심하나, 그 방도에 대해서는 뜻이 맞지 않으며 가까스로 논쟁을 끝낸다.

킬러 퀸은 카쇼기로부터 보헤미안들을 체포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보고받고 기뻐하며 칭찬하기 시작한다(Don't Stop Me Now - 지금 나를 막지 못해). 그러나 갈릴레오와 스카라무슈는 아직 잡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는 태도가 변한다. 그녀는 두 사람을 잡지 못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카쇼기를 위협한다(Another One Bites the Dust - 또 한 사람이 죽어간다).

갈릴레오와 스카라무슈는 가는 내내 여전히 서로 툴툴대며 보헤미안들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Hammer to Fall - 심판의 망치가 떨어지길). 한편 팝은 바텐더로서 기억이 사라진 보헤미안들을 상대하던 중에, 이것이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라며(These Are the Days of Our Lives) 회상에 잠긴다. 갈릴레오와 스카라무슈가 들어온다. 친구들과 마주치게 될까 걱정하지만 아무도 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나 팝의 기억은 완전하게 지워진 것이 아니었고, 그는 그들에게 자신이 '비밀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는 갈릴레오, 스카라무슈와 함께 승리자의 땅을 찾아 나선다.

세 사람은 웸블리 경기장(Wembley Stadium)에 도착하나 악기는 보이지 않는다. 갈릴레오는 카펠라(마차부자리의 α성)를 길잡이로 삼아 찾아보기로 한다. 오래지 않아 기타는 발견되고 그들은 온힘을 다해 록을 연주하기 시작한다(We Will Rock You - 널 뒤흔들 거야). 팝이 그들의 노래를 세상에 퍼뜨리자, 보헤미안들이 등장하고 킬러 퀸도 나타난다. 그녀는 부와 명성을 미끼로 갈릴레오를 꾀어내려 하지만 그는 단지 연주를 하고 싶을 뿐이다. 킬러 퀸의 군림은 막을 내린다(We Are the Champions - 우리는 승리자). 보헤미안들은 마침내 그들의 랩소디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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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목차

[세계 뮤지컬런던 런던 웨스트엔드를 가다] ② 퀸과 공상 과학의 만남-위 윌 락 유(We wii Rock You)

1회)꿈의 공장 런던 웨스트엔드
2회)그룹 퀸과 공상 과학의 만남-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
3회)20년, 멈추지 않는 신화-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4회)뮤지컬, 관능을 노래하다-시카고(Chicago)
5회)사회주의와 록 음악의 충돌-연극 록큰롤(Rock'n Roll)
6회)무대 위로 날아오른 발레 소년-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
7회)사생아에서 퍼스트 레이디로-에비타(Evita)
8회)모든 꿈꾸는 것은 이뤄진다-메리 포핀스(Mary Poppins)
9회)혁명 위에 피어오른 인간애-레 미제라블(Les Misearble)
10회)전시회로의 초대-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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