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화 「붉은 10월…」에 소 반응 민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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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스탈린시대의 선상반란사건을 「페레스트로이카의 신호탄」으로 묘사한 영화가 뉴욕에서 최근 개봉되자 소련당국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선상반란사건의 진상을 해명하고 나서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영화는 고르바초프 등장이전인 84년 출판된 톰 클랜사의 베스트셀러 『붉은 10월을 잡아라』(The Hunt for October)를 영상으로 옮긴 동명의 작품.
원작인 소설『붉은 10월을…』는 75년 스웨덴근처 해상에서 일어났던 소련핵잠수함 선상반란사건을 소재로 미소간의 치열한 정보전, 최신예 핵잠수함간의 추격전등을 긴박하게 그려 지금까지 미국내에서 5백만부나 팔렸다. 「붉은 10월」이란 소련 핵잠수함의 이름인 동시에 1917년 10월의 볼셰비키혁명을 암시한다.
이 소설은 혁명의 상징인 핵잠수함「붉은 10월」함장이 스탈린체제에 염증을 느껴 선상 반란을 일으키고 잠수함과 함께 서방으로 탈출하는 과정을 극히 냉전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영화 『붉은 10월을‥·』는 소설의 냉전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최근의 변화를 의식, 스탈린체제에 저항해 일어났던 선상반란사건이 페레스트로이카를 촉발했다는 주장을 강하게 암시해 개봉이전부터 미국내 각종 매스컴에 보도되는 등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다.
이에 따라 소련당국은 지금까지 설로만 알려져 오던 선상반란사건의 진상을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소련정부 기관지 이즈베스티아는 지난달 27일자에서 보린스키 KGB의장의 말을 인용,『영화의 소재인 선상반란사건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지만 영화속의 내용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이즈베스티야는 75년 스웨덴 해상에서의 반란사건은 핵잠수함이 아니라 잠수함 공격용 전함에서 일어 났으며, 이 사건으로 처형된 사람은 82명이 아니라 주동자인 발레리 사블린 1명뿐 이라고 밝혔다. 이즈베스티야는 특히 『사블린은 엄연한 범법행위자며 페레스트로이카의 예언자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존 맥티어넌감독 작품으로 소련을 탈출하는 핵잠수함 함장역에 007 시리즈로 유명한 손 코너리가 열연하며 미해군당국의 지원아래 실제 핵잠수함까지 동원돼 만들어 졌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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