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끼워맞추기 수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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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품을 빼앗기 위해 무고한 시민 7명을 연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20대 3인조 강도에 대해 법원이 강도살인과 강도치사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범행 수법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미제 사건들을 이들에게 씌운 의혹이 제기돼 강압에 의한 끼워맞추기 수사란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교도소에서 알게 된 洪모(27).金모(28).尹모(29)씨 3명이 경찰에 긴급 체포된 것은 지난해 4월 22일. 같은 달 14일 鄭모씨를 폭행해 돈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였다.

사건을 맡은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는 이들의 범행 수법이 지난해 2월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30대 남녀 강도살인 사건과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 이들을 강하게 추궁했다.

승용차에서 데이트 중이던 30대 남녀가 신용카드를 빼앗기고 칼에 마구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이 사건은 범인을 잡지 못해 미궁에 빠져 있었다.

경찰이 조사를 벌인 지 하루 만에 이들 3인조는 강도살인을 자백했다. 여기에 지난해 2~4월 서울 강북구.송파구 등에서 취객 5명이 맞아 숨진(강도 치사) 사건도 자신들의 짓이라고 자백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申暎澈부장판사)는 19일 이들 3인조의 시민 7명 강도살인.강도치사 혐의에 대해 1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특수강도.강간 등 다른 7건의 범행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 각각 징역 9~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극형이 예상되는데도 체포 하루 만에 범행을 자백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렵고, 세 명 모두가 강압적인 상황에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진술도 서로 엇갈리고 물증도 없을 뿐더러 휴대전화 조회 결과 범행 당시 알리바이도 성립된다"며 "경찰도 알리바이가 나오자 현장 검증을 다시 하는 등 수사과정에도 의혹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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