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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OECD 국세청장 회의서 외국계 펀드 과세 공조 다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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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사람들은 글로벌화를 표현할 때 '세계는 하나'라는 말을 자주 한다. 전 세계가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통합되는 것을 뜻하니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자본.정보.지식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대변되는 경제의 글로벌화는 과세당국에 새롭고 어려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세금을 거두는 데도 글로벌 기준이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국가들이 과세권을 원활하게 집행하기 위해선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 나라의 '외톨이식' 조세행정만으론 글로벌 경제시대에 조세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글로벌 기준이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듯, 이제는 글로벌 과세 기준의 준수 여부에 따라 우리의 세금 호주머니 형편이 달라진다.

최근 관심을 끌었던 외국계 사모펀드를 보자.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고도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일부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해 글로벌 과세 기준을 적용해 과세할 수 있을지 문제가 된다. 외국계 펀드에 대한 과세는 자금 원천이 어디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국세청이 조사한 펀드의 경우 대부분 자금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 최소한 몇 단계를 거친다. 주로 아일랜드.버뮤다.버진 아일랜드 등을 경유한다. 한 펀드의 자금이 이리 저리 흩어져 어떤 경우는 10단계 이상을 거치기 때문에 펀드 전주(錢主)를 파악하는 데만 몇 개월이 걸린다. 이런 경우 다른 나라의 도움이 필요하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한국에서 철수한 일부 외국계 펀드의 경우 상대국 과세당국에 그 세금을 징수해 돌려달라고 협조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 펀드의 국제적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과세당국 간 협력과 정보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3차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세청장회의가 13~15일 한국에서 열린다. 이 회의는 30개 OECD 회원국 국세청장, 중국.인도 등 10여 개 비회원국 국세청장,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조세 전문가가 모여 각국이 직면한 조세 행정의 공통 현안에 대해 해결 방안을 찾고 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조세행정 분야에서는 최대 국제행사다. 이번 회의에선'국제적 조세 회피 방지를 위한 국제적 공조'와 '조직 개혁'이란 두 개의 의제가 논의된다. 특히 최근 외국계 펀드 세무조사를 통해 국제적 조세 회피의 심각성과 과세당국 간 협조의 필요성을 크게 인식한 우리는 OECD 사무국 등과'국제적 조세 회피 방지를 위한 국제적 공조'가 의제로 선정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한국 국세청은 미국.일본 등 OECD 주요 회원국은 물론 중국 등 신흥 경제대국의 과세당국과 양자회담을 한다. 이를 통해 과세당국 간 협력 기반을 구축해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후원자 역할도 수행하려 한다. 한국 국세청 역사상 최대 행사인 이번 회의는 우리 조세행정이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첫 발이 될 것이다. 또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하게 함으로써 국가 홍보대사의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군표 국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