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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 증시/객장도 관가도 허탈/증시주변 동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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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넋잃은 투자자들 “풀기없는 항의”/정부ㆍ증권사 두손 놓고 포기상태
○객장엔 한탄소리만
○…주가가 지난해 연중최저치 아래로 곤두박질 치고 있는 27일 대부분의 증권사 객장은 행여나 하는 조바심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투자자들의 침울한 표정 때문에 차갑기 짝이없다.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몇몇 상주투자자들은 온통 주가하락을 나타내는 파란불 투성이의 시세판을 넋을 잃은 채 바라보다가 옹기종기 모여 금융실명제실시에 따른 충격,당국이 추가로 취할 수 있는 증시부양책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이들은 『이미 빠져나갈 사람은 다 빠진 상태에서 그래도 마지막 희망을 걸고있는 사람들만 남았다』며 26일 재무부에서 열린 증시관계자회의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한편 증권사 영업부직원들은 투자자들로부터 항의전화만 걸려오자 아예 자리를 비우기 일쑤.
직원들은 고객들의 전화에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고 고객들도 답답한 나머지 항의하다 제풀에 지쳐 결국에는 하소연으로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위할 힘도 잃어
○…주가 8백40선이 붕괴된 26일에도 예외없이 서울 강남과 부산에서는 주가폭락에 항의하는 투자자들의 모임이 열려 정부에 증시대책을 촉구.
서울에서는 쌍용투자증권 대치동지점에 1백여명의 투자자들이 모였으며 부산에서는 대우증권 부산지점에 2백여명이 집합,▲금융실명제연기 ▲금융주 증자재개 ▲일관성있는 증시정책 시행 ▲대주주들이 한시적으로 주식을 팔 수 없도록 해줄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해 12ㆍ12직전처럼 시세판을 끄거나 시위를 하는 등의 집단행동을 하지는 않았으며 요구사항만 낭독하고 조용히 해산.
투자자들의 이러한 「조용한 항의」에 대해 일부에서는 투자자들도 정부에서 더이상 해줄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
○정부에 가냘픈 기대
○…각 증권사는 이날 아침일찍부터 임원회의 등을 갖고 나름대로 주가폭락의 원인을 분석하는등 심각한 모습.
임원들은 자칫하면 증권공항이라도 벌어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하면서도 정부가 그대로 방치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
증권사들은 지금 상황에서 증권사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뾰족한 대처방안이 없어 대응책 마련을 위한 회의 등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회의소집 애써 늑장
○…재무부는 26일 오후 증권관계기관ㆍ업계대표자들과 함께 과천 정부청사에서 증권관계자회의를 가지면서 워낙 이야기가 길어지기도 했지만 의도적으로 회의 끝내는 시각을 후장 주문마감인 오후 3시20분을 훨씬 넘겨 오후 5시로 잡는등 신경전.
이날 회의는 딱히 무슨 대책을 마련한다기보다 광범하게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회의였는데 주가하락속에 재무부에서 회의가 소집됐다 하면 「기대」를 거는 증시가 정작 별 알맹이가 없다하면 「실망매」를 쏟아놓을 것이 뻔해 일부러 회의시간을 오후 늦게로 잡은 것.
이에 따라 이날 회의는 시작후 한참동안 참석자중 누구도 밖으로 못나가게 하는등 임시조치가 취해지기도.
○실명제 충격 줄여야
○…실명제 때문에 주가가 빠진다는 소리가 높자 재무부는 실명제 공청회 등을 가능한한 앞으로 당길 것을 신중히 검토중.
한 관계자는 『실명제의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괜히 막연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것같다』며 『그렇다고 공청회도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어떠한 발언도 정부로서는 할 수 없는게 아니냐』고 여운.
이 관계자는 또 『투자자들이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은 역시 실명전환때의 자금출처 조사여부일텐데 이 문제는 공청회 등을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
○“날짜 잘못잡았다”
○…주식시장 동향에 하루종일 매달려도 모자라는판에 마침 26일부터 찰스 달라라 미 재무부 국제담당차관보 일행이 증권국장ㆍ이재국장 등을 하루종일 붙드는 한미 금융정책회의를 시작하자 재무부 증권국은 『하필이면 이때… 』라며 매우 언짢은 표정들.
더구나 미 재무부 일행이 이번 회의에 들고 온 이야기 보따리 중에는 자본시장개방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것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증권국의 언짢은 기류가 더욱 증폭.<김수길ㆍ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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