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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극장가 영화제 수상작 "봇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비수기로 간주돼왔던 2월 극장가가 관객들의 발길로 부산하다.
좋은 영화엔 관객이 몰리는 법. 요즘 걸린 영화를 보면 국내의 영화제끼리의 경연을 느끼게 한다.
칸·베를린 영화제 수상작, 90년 아카데미상 후보작, 대종상겨냥 작품등이 한데 어울려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여기에 독립PD영화도 가세했고 이에 앞서 베네치아·모스크바영화제 수상작도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했었다.
관객이 몰리면 영화계가 살찌고 그 돈이 제대로만 한국영화에 재투자된다면 영화계 발전에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택시 드라이버』는 76년 칸 작품상을 받은 영화다. 현대도시의 구조적 부패를 보다못한 어느 택시운전기사의 자학에 가까운 분노를 그린 사회물.
무거운 화면전개로 흥행이 어떨까 했는데 연일 관객이 몰린다.
칸 그랑프리작으로 곧 선보일 작품은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도 있다. 거짓으로 가득찬 사람살이의 허구를 인간의 가장 미묘한 문제인 성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통해서 고치고 벗어난다는 내용이다.
베를린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뮤직박스』는 인간의 이중성, 제도의 횡포성, 역사의 차가운 심판, 그리고 혈연의 정등을 주제로 한 멜러성을 가미한 사회물. 현대 서구사회의 원죄로 남아있는 나치문제를 다루고있다. 국내개봉 예고중 베를린수상소식이 날아들어 영화사는 즐거운 표정인데 개봉 첫날 장사진을 이뤘다.'
주연 제시카 랭은 오는 3월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주연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명돼 있다.
아카데미상의 경우는 『뮤직박스』말고도 앞서의『섹스…』로 각본상 후보에 올라 있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도 부문상 후보로 돼있다.
또 UIP직배영화 『블랙레인』은 음향효과상과 음향효과 편집상 후보에 들어있다.
칸·베를린과 함께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네치아와 모스크바에서의 그랑프리작도 연초 공개됐었다.
『비정성시』(베네치아), 『컴앤시』(모스크바)가 그것들로 흥행성과는 부진했지만 고급팬들에겐 즐거운 자리였었다.
그러나 『비정성시』의 경우 2시간40분짜리 영화를 40분 가까이나 잘라내고 상영, 관객들이 줄거리를 따라가는데 골탕을 먹었는데 이것이 흥행에 큰 역작용을 한 것으로 보여 교훈으로 남는다.
한국영화 최대잔치인 대종상을 노리는 작품들도 외화와 힘 겨루기를 하고 있다.
현재 상영중인 것은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모두 관객이 잘 들며 특히『추락…』는 상당히 폭발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어 봄까지 갈듯하다.
한국영화 쪽은 또『수탉』 『우묵배미의 사랑』 『오세암』등 대종상을 염두에 둔 작품들이 곧 선보일 예정이어서 최근의 극장호황이 계속되길 바라고 있다.
한편 독립프러덕션 작품으로 첫선을 보인 청춘애정물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도 젊은층의 호응이 대단해 독립PD제의 앞날을 밝게 해줘 의미가 크다.
『추락…』를 연출한 장길수감독은 『방학등의 특정 성수기는 그대로 존재하겠지만 이제 우리의 문화규모로 봐 영화의 비수·성수기간을 굳이 나누는 것은 의미가 퇴색했다』고 말하고 『영화가 재미있거나 예술성이 높으면 관객은 오게 돼있다』고 말했다.
영화인들은 외화에서 번 돈을 한국영화제작에 쏟아 넣는 풍토가 하루빨리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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