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년제 대학 출판학과 설립 시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출판사 약5천개, 연 서적발행종수 4만종, 부수 2억부등 적어도 양적지표만으로는 한국은 세계 10위권안에 드는 출판대국이다.
그러나 출판의 질적수준은 아직 급속한 양적성장을 뒷받침할만큼 진전되지 못한채 내빈상태에 머물고 있다.
출판계는 자체내의 질량구도가 이처럼 불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는 것은 기획등의 크리에이티브(creative:창조)적 부문을 담당할 출판전문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데도 중요한 원인이 있다고 보고 차제에 4년제 정규대학에 출판학과를 독립학과로 신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4년제 대학안에 출판학과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요즘 와서 새삼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67년 민병덕씨(56·현 혜전전문대교수)가 교육전문지인 새한신문에 문제제기 형식으로 처음 글을 발표한 이래 많은 출판인과 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출판학회등의 유관단체들이 거의 해마다 당국에 출판학과 설치를 허용해줄 것을 건의해왔다.
출판학이 학문대상으로서의 고유영역을 지니는가에 견해가 엇갈리고 또 교수요원 확보에도 난점이 있다는등의 이유로 그동안 허용결정을 미뤄오던 문교당국은 요즈음 들어서는 4년제 대학의 출판학과 신설이 불가피한 시대적 요구의 하나라고 판단, 조건에 하자가 없는 한 굳이 학과설립 신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다.
실제로 C대·H대등 서울지역의 일부대학이 80년대 후반 몇 차례 출판학과 신설을 신청,문교부로부터 인가를 내락받고도 수도권 대학증원억제정책에 따른 학교 자체내의 학과간 인원조정이 여의치 못해 이를 성사시키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혜전·신구·대전·부산등 4개의 2년제 전문대학에 출판과(부산전문대는 인쇄출판과)가 설치, 운영되고 있고 중앙대·동국대·경희대·서강대등 4개 대학의 부설 특수대학원에 각각 출판관계 전공과정이 개설돼있다.
이중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81년에 출판잡지전공을 개설), 혜전전문대(82년), 동국대 정보산업대학원(88년)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작년에야 문을 열어 아직은 첫 졸업생조차 내지 못한 실정이다.
이밖에 4년제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광주대학교에 출판광고학과 (89년 개설)가 설립돼 있으나 주로 현직 실무자들을 위한 개방대학체제로 운영되는 이 학교의 특성상 장차 한국출판계의 소프트웨어부문까지 선도하는 고도의 학문적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대를 중심으로 한 이들 출판학과의 공통적인 고민은 2년이라는 짧은 교육기간 때문에 예정된 커리큘럼을 제대로 충분히 소화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그 때문에 기획과 같은 전문적 크리에이티브 교육이 부실해져 졸업생들이 대부분 이미 주어진 재료를 시각화하는데 불과한 이른바 컨버티브 (convertive:전환)적 실무능력밖에는 갖출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민병덕교수는 『7회 졸업생을 낸 혜전전문대의 경우 2백여명의 취업자중 기획·편집 종사자도 없는 것은 아니나 상당수가 사식수정·교정·판매같은 기능적인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히고 『2년의 교육만으로 고도의 창조 및 정신기능이 요구되는 출판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아 3년으로 연장시키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출판계에서는 『특히 전문대와 대학원의 출판전공과정을 위아래로 이을 수 있도록 4년제대학에 출판학과를 설치, 일관성있는 학문체계를 이루어나가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교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