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짧은 어린이에 “하늘천… ABC…”/유아교육도 「과외」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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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영재 만든다” 서너명씩 집단지도/“강박감만 심어준다” 부작용 우려
과외열풍이 미취학아동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핵가족 부모들의 맹목적인 교육열을 노린 이같은 현상은 학습지 등 교재전문출판사에서 「영재교육용」이란 이름으로 값비싼 유아학습교재를 판매한뒤 자체양성한 과외교사(영업사원)를 동원,3∼4명의 그룹단위로 어린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
특히 이들 무자격 교사들은 부모들에게 교육실적을 보여주기 위해 주입식ㆍ암기식 교육을 시키고 있어 어린이들의 지능개발을 꾀하기보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만 심어주고 매사에 타율적인 성격을 형성한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실태=국내최대 유아학습교재업체인 서울 관훈동 S사의 경우 자체교육을 받은 과외교사만 3백여명으로 이들이 지도하는 아동은 1만명.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교사들은 과외교육을 미끼로 「몬테소리」 「한글공부」 「벽돌쌓기」 등 50여종의 교재를 25만∼30만원에 판매한 뒤 5명이하의 그룹을 만들어 집을 돌며 지도한다.
이들이 받는 보수는 주 세시간 지도에 그룹당 6만∼10만원선.
또 서울 종로 S영어사ㆍO출판사도 「이티」(제2외국어라는 뜻) 「해피토크」 「잉글리시 앳 홈」 등 20여종의 유아용 영어테이프를 판매한뒤 영업사원 5백여명이 어린이 그룹지도를 하고 있다.
서울 도곡동 진달래아파트 주부 안모씨(33)는 『지난해말 조기영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자녀들이 학교에 들어가 뒤진다는 말을 듣고 24만원에 S사 교재를 구입,다섯살난 아들에게 과외를 시키고 있다』며 『아파트단지내 30여명의 아동들이 3∼4명씩 그룹을 만들어 과외지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점=S출판사 영업사원 최모씨(34)는 『서울 상계주공아파트에서 영어과외를 맡고 있는데 부모들이 자녀들의 암기단어 갯수를 따지는데다 8개그룹을 지도하기 때문에 시간제약을 받아 우선 외게 하는데 급급하다』고 말했다.
중앙대 유아교육과 이원영교수(48)는 『지금까지 연구결과 인간은 12∼13세가돼야 추상적사고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제하고 『그 이전에 주임식교육을 강요할 경우 매사에 피동적인 성격이 형설될 가능성이 높으며 창조성도 감소하다』고 말했다.
◇외국예=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박사는 『우선 정부차원에서 유아교육을 전담,바람직한 교육방향을 제시할 행정기관 신설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1909년부터 매년 백악관정책제안회의에서 유아교육문제를 논의,10년마다 제시된 의견을 모아 올바른 교육방향을 결정,부모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법인체로 등록할 경우 정부에서 연 2천여만원씩 보조,유치원별로 어린이교육문제를 개발토록 하고 있다.<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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