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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터널­그 시작과 끝:73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 남로당지하총책 박갑동씨 사상편력 회상기/제2부 해방정국의 좌우대립/「학병사건」 경찰발표 논란/조선기자회 “압수했다는 무기 보여줘야”
학병동맹 사건은 해방정국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사건은 신탁통치를 둘러싼 좌우익의 대립과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이 사건은 어떤 사건이며 왜 일어났는가는 내가 말하는 것보다 조선신문 기자회의 1차 조사보고서를 인용하는것이 낫겠다.
『이번 사건 검거의 총지휘자인 장택상 수도경찰청장과 학병동맹과는 정치이념이 상당히 다르다고 보는것이 세론인듯 하다. 그런 까닭에 자칫 잘못하면 절대로 공정하고 치우침이 없는 경찰을 의혹의 눈으로 보게될 염려가 있다.
그뿐 아니라 공교롭다고 해야 좋을지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1월20일은 정치적 의미도 있다고 보이는 전국학병대회가 개최될 예정이었다. 따라서 치안을 확보하겠다는 장택상 수도경찰청장의 결심과 노력이 곡해될 염려 또한 없지 않다.
만일 지금에 이 의문을 석연히 풀어주지 않으면 이번 사건은 장래 정치적ㆍ사회적으로 복잡미묘한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는 동시에 공평무사한 입장에서 치안의 대임을 완수할 경찰의 향방에 또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때문에 본 사건의 성격에 비추어 객관적인 입장에서 냉철한 판단력과 과학적 방법으로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한다.
△학병 검거시 발단된 다이너마이트 8개를 소지한 두 청년의 정체는 학병동맹원 최무학ㆍ이민영이 틀림없다고 19일 경찰부에서 수차 확인했다. 그러나 최ㆍ이 두사람은 그 시간에 자기집에 있었다는 증언이 속출했고 1주일 후인 25일 경찰청장 성명에서도 다이너마이트를 소지하고 노상에서 종로서원에게 검거된 청년은 최ㆍ이 두사람이 아니고 학병동맹원 박태윤ㆍ이창우 임을 명백히 했다.
△10시 이후의 통행은 장 경찰청장 취임 이후 더욱 엄중해졌음은 주지의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자정이 넘어(19일 0시30분) 다이너마이트를 휴대하고 대로(인사동 십자로)를 활보하며 그들의 본부에는 다수의 무기가 있음을 진술했다는 박ㆍ이 두사람은 그 정체를 철저히 추궁해야 할 인물이다.
△18일 오후 7시30분쯤 서대문에서 반탁학생 행렬을 습격한 일단의 청년은 학병임에 틀림없다는 경찰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학병측에서는 20일의 대회준비에 분망하여 전혀 그러한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고 극력 주장하고 있으므로 검거당한 학병들의 알리바이 여부를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무기 소지의 진위는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다수의 무기를 학병본부에서 발견,압수했다는 경찰당국의 언명은 믿어 의심치 아니하나 19일 학병을 검거하면서 즉석에서 압수한 다수의 무기를 공개하고(적어도 경찰청 출입기자단에)학병들의 무기휴대를 구체적으로 증거물로 명시함이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까지 조사중임을 이유로 이것을 명시치 않는 경찰청의 태도는 일본도 두자루 밖에 없었다는 학병들의 진술을 긍정할 가능성을 빚어내는 원인이 됨은 극히 유감이다
△학병들의 총화기로 인해 부상했다는 경관을 기자단과 회견시켜 그 상처가 총화상임을 명시함으로써 학병들의 총기사용을 실증함이 일반의 의혹을 푸는 첩경인데 아직도 이를 실행치 아니함도 역시 유감이다.
△검거시에 사망한 학병 3명의 시체는 이미 검사해부에 붙여 그 결과가 밝혀졌는데 그에 의하면 박진동군은 여섯군데의 관통상과 한군데의 창상을 입었고 김성익군은 두군데의 총상을,그리고 김명근군은 한군데의 총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경찰에 대한 사회의 신망을 두텁게 하는데 상당한 장애가 될 염려가 있음을 우리는 민망하게 생각한다.
46년 1월28일 조선신문기자회 학병사건 진상조사 위원회.』
경찰 발표에는 전후가 다른점이 있고 19일 0시30분에 인사동 네거리에서 학병동맹원 두명을 체포하니 다이너마이트를 가지고 있고 학병동맹본부에는 다수의 무기가 있어 무력으로 체포했다는 경찰 발표의 모순을 신문기자회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통행금지 시간에 학병동맹원이 다이너마이트를 가지고 인사동 네거리를 돌아다닐수도 없는 일이며,그로인해 학병동맹본부에 다수 무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해도 바로 2시간후에 4백명의 무장경관이 학병동맹을 습격한 것도 이상한 일이다. 사전준비가 없으면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령 학병동맹에 무기가 있는 줄 알았다해도 사전조사도 없이 바로 습격할 필요가 있었는가,그리고 무기를 압수했다면 기자들에게 증거품을 보여야 한다고 기자회견에서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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