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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암행어사 출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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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4일 삼성테스코의 에너지 관리 담당 직원들이 서울 문래동 매장에서 냉방을 과도하게 하지 않는지 점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불시에 매장을 방문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지 조사한다. 김태성 기자

팔당 댐 내부에는 길이 570m, 높이 1.8m, 폭 75㎝짜리 인공 터널이 있다. 댐의 균열 등 이상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직원이 오갈 수 있도록 만든 터널이다. 이 터널이 에너지 절약에 효자가 됐다. 팔당수력발전소 측이 올 6월 터널의 시원한 공기를 뽑아 올려 발전소 사무실 냉방에 쓰기 시작한 것.

터널이 팔당호 수면 20m 아래에 있어 사시사철 온도가 18도 정도를 유지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겨울엔 터널 안이 외부보다 훨씬 따뜻해 공기를 난방용으로 쓸 수 있다. 발전소 측은 이런 방식으로 한 해 전기 사용량을 32만㎾h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평균 가구당 전력 소비(월 270㎾h)로 따져 100가구가 1년간 쓸 양이다.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가 만발하고 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너나없이 조금이라도 에너지 소비를 줄일 방안을 찾다 보니 새로운 방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파주시는 골목길 보안등 8500개를 모두 절전형으로 교체하고 있다. 이에 더해 보안등마다 자동 점등.소등 장치를 달았다. 파주 지역의 날짜별 일출.일몰 시각을 입력해 매일 해 지기 10분 전에 등이 켜지고, 해 뜬 뒤 10분 뒤에 꺼지게 했다. 주민들이 동네 보안등을 관리하면서 아침에 등을 끄지 않아 전기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한 해 7억원 이상의 전기료를 아낄 수 있어 전체 공사비 33억원을 5년 안에 뽑을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테스코는 지난해 여름부터 일종의 '에너지 암행어사' 제도를 운영 중이다. 불시에 매장(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을 방문해 냉방을 과하게 하지 않는지, 불필요한 조명을 켜놓지는 않았는지 등을 점검한다. 6월부터는 에너지 관리 전문 직원들이 전국의 매장을 돌면서 점포별 상황에 맞춘 에너지 절감 방안 컨설팅도 해 주고 있다.

일반 시민도 팔을 걷었다. 서울 사당동 극동아파트는 중앙일보와 에너지관리공단이 공동 주관하는 '에너지- 사랑+' 캠페인에 동참해 7, 8월 두 달간 전기 절약에 나섰다. 두 달 동안 전기 사용량을 5% 이상 줄이면 아파트 단지가 지정하는 사회복지시설에 에너지관리공단이 성금을 내는 캠페인이다.

주민들은 냉방을 줄이고, 안 쓰는 가전기구의 플러그를 뺐다. 노인정의 전력 사용량을 지켜볼 수 있는 별도의 전력계를 관리사무소장실에 달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에어컨 끄는 것을 잊고 집에 돌아가는 일이 있어 늦은 시간에도 전력계가 계속 돌아가면 달려가 에어컨을 끄기 위한 것이다. 19~41평 1550가구 주민들과 관리사무소가 합심해 두 달 동안 전기 사용량을 지난해보다 31만8500㎾h(22%) 줄였다.

권혁주.임미진 기자 <woongjoo@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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