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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를 빛내는 우량 스포츠 팀 (1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훅 하고 폐부에 차 오르는 열기, 그리고 땀 냄새. 바다를 지척에 둔 전남목포시 용당(용당) 1동 문태중·고(문태중·고)의 복싱장은 샛노란 색깔의 교사(교사) 별관지하에 마치 숨겨진 동굴 같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바로 이곳에서 지난 10년 동안 호랑이같이 무서운 김정인(김정인·42 ) 감독의 불호령 속에 때려도 때려도 부서지지 않는 샌드백을 두들겨 온 주먹들이 1백60여 차례에 걸친 전국대회입상, 국제대회 15회 입상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올렸다.
지난 86년 킹스컵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라이트급 금메달리스트 권현규(권현규)를 비롯, 중3년 때인 86년 제15회 소년체전우승에 이어 제68회 전국체전(87년)이래 체전3연패를 이룩하여 대표후보에 올라 있는 염종길(염종길·플라이급·서울시청), 88 꿈나무 출신으로 제2회저팬컵 은메달리스트 김근흥(김근흥·페더급), 제15회 소년체전에 이어 제13회 김명복(김명복) 배(89년)에서 우승, 확실한 기대주로 주목받는 김진수(김진수· 에인절급)등 국내 복싱계에서 자리를 굳힌 대표급 선수들에다 김영환(김영환·라이트헤비급·주니어선발전2위), 김태우(김태우·밴텀급·제17회 소년체전2위), 윤창윤(윤창윤 라이트헤비급·10회·회장 배우승)등 재학생까지 2O여명이 넘는「큰 주먹, 작은 주먹」들이 바로 이곳 출신.
물론 씨름·유도 등에서 영남세가 단연 앞서듯 세계타이틀 두체급을 석권한 문성길(문성길· WBC슈퍼플라이급 챔피언)을 배출한 전남체고, 전동양웰터급 챔피언을 지낸 황충재(황충재)를 배출한 영산포상고등이 버티는 호남세가 복싱에서는 우세를 유지하는 전통적 지역특성을 간과할 수 없다.
게다가 항구인 목포는 터가 세다고 했던가.
그렇다 해도 자신은 중학교 체육 교사이면서 고교 교사인 진호현씨(진호현·38)와 권길문씨(권길문·30)를 각각 코치로 거느린(?) 김감독은 최근 들어 가슴이 비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고 했다.
별도의 합숙 시설이 없어 대회때만 되면 우르르 집으로 몰려드는 선수들에게 불평은 커녕 더 잘 먹이지 못해 안타까워 하던 부인 김효희씨(김효희·39)가 간염으로 누웠기 때문은 아니다.
체력훈련기구가 없어 필요한 체력훈련 스케줄을 짜주며 사설체육관으로 자비부담의 훈련을 보내는 처지 때문만도 아니다.
해마다 이맘 때면 주춤거리며 복싱장 문을 밀고 들어서던 지망생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자신의 복싱인생을 자꾸만 곱씹게 한다.
생활형편이 좋아지면서 신체가 망가지는 복싱에 지망생이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88올림픽이 끝나면서 감소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감독은 오늘도 여전히 새벽5시면 기상, 35명(중학 20·고교15 )의 선수들과 짜릿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로드워크를 나선다.
복싱부를 성원하는 학생들이 한줌씩 거두어 1년이면 10가마가 넘는 성미(계미)가 그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고 지난 80년 복싱부를 창단하고 지금은 작고한, 문영호(문영호·국제심판) 전이사장의 한마디가 가슴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주먹을 쥘 줄 아는 애들이란 피가 뜨거운 법이야, 바로 그 뜨거운 피를 절제할 수 있도록 하는 스포츠가 복싱이라는 것을 잊지마』<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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