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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파동 잊고 “흥청망청”/에너지 낭비 너무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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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0년만에 소비증가 최고 작년/중형차 늘고 기업도 절감투자에 인색/GNP 성장률 6.5%보다 높아 8.4%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과거의 오일쇼크를 벌써 잊은양 에너지를 분수 이상으로 써대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있다.
최근 제3의 오일쇼크가 우려되고 있는 마당에 지난해의 에너지소비증가율이 지난 79년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국민총생산(GNP) 증가율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국면에 빠져 있는 데도 에너지의 쓰임새는 고도성장기보다 더 헤퍼진 것이다.
21일 동자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GNP 증가율은 6.5%였으나 에너지소비증가율은 8.4%(잠정치)로 GNP 대비 에너지 탄성치(GNP를 1만큼 올리는 데 들어간 에너지 투입비중)는 1.292를 기록,지난 79년(1.93)의 2차 오일쇼크 이후 처음으로 1을 넘어섰다.
경제가 성장하는 것 이상으로 에너지를 흥청망청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고(그림 참조),정부나 기업이나 민간부문에서 과거 1,2차 오일쇼크 직후의 에너지절약 분위기를 까맣게 잊어먹었다는 얘기다.
GNP대비 에너지투입 비중은 1,2차 오일쇼크 후 계속된 에너지절약및 효율향상투자 등으로 84∼86년 평균 2.2%,87년 2.1%,88년 1.1% 등 매년 꾸준히 감소돼 왔다.
그러나 85년 하반기부터의 국제 유가하락 이후 기업들은 에너지절약 투자를 게을리하고 정부의 정책도 느슨해졌으며,자동차를 굴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데다 가스등 비싼 고급연료를 쓰는 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에너지 절약」은 실종된 것이다.
특히 자동차를 사도 중형차를 고르는등 소비성이 높은 수송용 에너지 수요의 폭증(지난해 휘발유 소비증가율 3.8%)은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전체에너지 소비량의 47%(89년 기준)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이다.
유가하락에 따라 에너지 절약 투자의 본전을 건지는 투자회수 기간이 과거 3년(84년 에너지관리공단 자료)에서 6년(89년 6ㆍ1년)으로 늘어나는 등 에너지절감 투자의 매력이 덜해지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눈에 띄게 시들해 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에너지절약시설 자금을 빌려간 업체는 전년(1백77개사)보다 줄어든 1백57개사에 그쳤으며,에너지효율화 연구개발에 지원되는 에너지이용합리화 자금도 정부가 40억원을 마련해 놓았으나 실제 기업들이 빌려간 돈은 단돈 5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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