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임대 20만 가구 건설취소/말뿐인 “서민주거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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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폭등 전세값 진정에 역행/15만 가구만 추진/청약저축자 “더 좁은 문”
전ㆍ월세값의 급등세를 잡고 서민층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임대주택 건설이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하던 정부가 도리어 장기임대주택(전용면적 18평이하) 물량을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건설부는 당초 92년까지 2백만가구 주택건설 계획을 세우면서 이중 장기임대주택 35만가구를 건설하기로 했으나 최근 25만가구의 근로자용 주택건설 계획을 마련하면서 장기임대주택 물량을 15만가구로 대폭 줄였다.
정부는 근로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올부터 92년까지 근로복지주택 15만가구,사원용임대주택 10만가구 등 모두 25만가구(90년 6만,91년 8만,92년 11만가구 건설)의 주택을 전혀 새로운 재원으로 지을 것처럼 발표했으나 당초 계획돼 있던 장기임대주택 물량을 20만가구 축소함으로써 실제로 공공부문의 주택투자는 5만가구밖에 늘어나지 않는다.
장기임대주택의 공공부문의 주택건설은 생활보호대상자등 도시영세민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25만가구와 주공및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하는 18평이하의 소형분양주택 25만가구로 당초계획과 변동없다.
장기임대주택 건설물량이 이렇게 줄어듦에 따라 공공주택을 분양받기 위해 청약저축에 가입하고 있는 사람(1월말 현재 1백13만6천명)들의 국민주택 청약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임대주택 건설은 집을 살 능력이 모자라는 서민층에 공급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대폭 축소함으로써 입주희망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최근의 전ㆍ월세값 파동에서 나타나듯이 집없는 사람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다른 쪽에 쓸 돈을 줄여 임대주택 건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가 장기임대주택 건설계획을 이렇게 축소한 것은 현실적으로 임대주택 건설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주공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짓는 임대주택은 그럭저럭 목표를 채워가고 있지만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되는 민간업체분은 목표의 60∼80%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기금에서 자금지원을 받는다 해도 따로 자기 돈을 들여야 하며 이의 투입자금을 회수하기까지 보통 7∼10년은 걸리고 임대기간중에는 건설회사가 해당 주택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건설기피의 주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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