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석유 의존 줄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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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과 일본이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으로 자원 외교를 확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 보도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요인과 이란 핵문제 등으로 인한 장기적인 고유가와 수급 불안정에 대비해 에너지 공급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자원외교를 펼쳐온 중국은 아프리카를 주로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 남서부 앙골라는 올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떠올랐다. 세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올 1~7월 앙골라로부터 1500만t의 원유를 수입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들여온 물량보다 13% 많다.

올 상반기 중국은 중동 지역에서 전년 대비 5.8% 늘어난 3310만 배럴을, 아프리카 지역에서 전년 대비 22% 증가한 2340만 배럴을 수입해 증가 폭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중국 지도부는 현재 50% 안팎인 원유의 중동 의존도를 점차 낮춘다는 목표 아래 적극적인 자원외교를 펼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지난해 총 30여 차례의 정상회담 중 절반 정도를 아프리카와 중남미.중앙아시아.러시아 등 자원대국에 할애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의 정치적 불안과 부정부패.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투자를 주저하는 동안 중국은 석유 등 자원개발사업 외에도 인프라 구축, 무역 등 전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 규모는 지난해 397억 달러로 전년 대비 36%가 늘었다. 이로써 중국은 영국을 제치고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아프리카 대륙의 3위 교역 상대국이 됐다.

올해에는 중국과 아프리카 지역 수교 50주년을 맞아 중국 지도부가 아프리카 주요국을 릴레이 방문했다.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올 1월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6개국을 순방한 데 이어 4월에는 후 주석이 모로코.나이지리아.케냐를 방문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6월 이집트 등 아프리카 7개국을 찾았다. 11월에는 2000년 설립된 중국.아프리카 포럼 회의를 베이징에서 열고 아프리카 대륙 53개 국가의 정상을 모두 초청할 계획이다.

여전히 원유의 9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은 최근 들어 중동 정세의 불안으로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자 뒤늦게 정부 차원의 자원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중앙아시아.아프리카 진출을 민간 기업에 맡겨왔으나 총력전을 펴고 있는 중국에 맞서려면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러시아가 최근 중국과 시베리아 파이프라인 건설에 합의하고, 핵 문제로 이란 진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본은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4월 말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방문, 에티오피아와 가나 등지에서 자원외교를 폈다.

지난달 말에는 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우라늄과 원유.천연가스 등의 보고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순방했다. 이에 발맞춰 일본 석유기업 신일본석유는 최근 러시아 사할린 지역에서 나는 천연가스 130억 달러어치를 구매했으며, 70만 배럴의 경(輕).저(低) 유황 원유도 샀다. 이 업체가 사할린에서 에너지원을 구입하기는 처음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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