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피해 없어도 최고 무기형|연쇄방화범 잡히면 어떻게 처벌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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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경찰의 비상령 속에서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방화사건의 범인은 어떤 처벌을 받게될까.
처음에는 한옥대문 방화에서 시작됐지만 점차 수법이 대담해져 거실·베란다는 물론 안방으로 번지고 있어 앞으로 어느정도까지 인명·재산피해등 범행 규모가 커질지는 전혀 미지수다.
지금까지 드러난 방화사건의 범인이 붙잡힌다면 어떤죄로 얼마만큼 처벌될 것인지와 앞으로 범행이 확대될 경우 추가될 죄목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법정형량=현재까지 밝혀진 범행은 형법 1백64조의 「현주건조물방화죄」에 해당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불을 놓아 사람의 주거에 사용하거나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열차·전동차·자동차등을 훼손한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비교적 무거운 형으로 처벌하도록 되어있다.
즉 이번의 경우 사람이 거주하는 개인주택에 불을 질렀으므로 이죄에 해당되는데 기수 (기수)범인지 미수(미수)범인지는 법률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현재 방화의 기·미수를 구별하는 기준에는 독립연소실·효용상실설·절충설등 세가지학설이 있다. 독립연소설이란 인화물질등 매개물을 떠나 독립해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를 말하느데 불이 난 직후 건조물피해없이 피의자나 피해자 및 제3자가 이를 껐을 때는 미수범이 된다.
효용상실설은 피해물의 중요부분이 소실됐을 때만 기수로 보는 등 독립연소설보다 훨씬 엄격하게 방화를 해석하고있다.
절충설은 이 양설(양설)을 받아들여 불이 일어나 중요한 피해물이 발생했을 때 기수범으로 처벌한다는 이론.
대법원판례는 세가지 학설가운데 독립연소설을 택해 비교적 폭넓게 현주건조물방화죄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연쇄방화사건은 대부분 가옥(건조물)자체가 아닌 대문이나 베란다·거실등에 불이 붙었으나 피해자들에 의해 즉시 꺼져 그을린 정도에 그쳤으므로 미수범으로 처벌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다만 9일 발생한 서울보광동 방화는 2층이 전소돼 4천여만원의 피해가 나는 등 가옥자체가 탔으므로 명백한 기수범이라는 것.
현재까지 신고된 피해액은 가정마다 10만∼15만원 정도이나 범인이 잡힌 뒤 정확한 피해자진술을 통해 수사하면 사건마다 정황에 따른 구체적인 판단을 해야하기 때문에 기·미수여부는 그때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수범이라도 형을 「감경할수」있을 뿐이어서 실제로는 기수범과 동일하게 처벌됨은 물론이다.
이들 범행은 하나의 사건이 한개의 죄를 구성하므로 경합범으로 간주돼 형량이 2분의1까지 가중되나 최고형이 무기여서 가중처벌되더라도 지금까지의 범죄만으로는 무기가 상한선. 범행수법이 더욱 대담해져 인명을 살상할 경우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죄가 추가돼 법정형은 7년이상 사형까지도 올라간다.
이와함께 유리창을 깨는등 별개의 재물손괴행위 역시 야간에 일어난 손괴여서 폭력행위등 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 2조2항도 추가될 수 있으나 이러한 행위가 방화수단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이 죄에 의한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범인검거후 수사를 통해 드러난 행위에 따라 추가될 죄목은 여러가지로 상정할수 있다.
우선 형법1백14조의 「범죄단체조직」혐의가능성이 짙다.
범죄단조직은 목적성과 계속성·조직성을 요건으로 하는데 이번 사건은 방화라는 객관적인 목적이 있고 보름사이에 1백여건이 저질러지는 등 계속성이 있어 일단 두 요건은 충족하고 있다. 여기에 방화지령자와 행동대원등으로 나눠져 상명하복에 의한 위계질서존재여부만 입증되면 범죄단체적용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범죄단체가 적용되면 법정형량은 개별범죄와 같으나 정상참작여지가 적어져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와 함께 방화행위에는 가담치 않았더라도 범행모의과정에 참여했거나 배후에서 이를 사주했다면 공모공동정법(공동정범)이나 교사범(교사범)으로 행위자와 같은 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보안법 4조3항의 「목적수행을위한방화」도 적용될 수 있다. 이는 특히 시국불만자에 의한 사회불안조성의도와 관련, 주목되는데 방화범이 반국가단체 구성원 또는 지령을 받아 잇따라 불을 질렀을 경우 이 죄가 추가돼 사형·무기 또는 10년이상의 징역이 추가된다.
◇판례=현주건조물방화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범자간에 사전모의가 전제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암묵리에 협력하여 방화하려는 의사가 상통하면 공모가 있는 것이며 범행실행을 분담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 요컨대 단순히 망을 보았어도 공범으로 보고있다.
80년대초반 미문화원방화사건 관련자에게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죄가 적용돼 문부식씨등이 사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최근에는 미UIP직배영화상영극장 방화사건관련자에게도 이 죄가 적용돼 최고 2년6월의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었다. <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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