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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군대 자성적 개혁/군 복무규율 왜 손질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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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당명령」엔 이의 제기 가능/구타금지 명시… 각의 의결등 절차 남겨
국방부가 이번에 마련한 군인 복무규율 개정안의 주요골자는 군의 민주화로 집약될 수 있다. 이번 개정으로 군은 「국민의 군대」 「민주화 군대」의 제도적 바탕을 마련케 됐다. 이번 개정안은 잘못된 지시나 명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함으로써 군의 부당한 정치개입에도 일정한 안전판을 일단 마련한 셈이다.
이번 개정안중 상관의 명령을 「직무상 명령」으로 한정시킨 것이나 무기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한 내용등은 80년 광주사태 당시 발포명령과 관련,그 책임소재와 정당성여부에 대한 논란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앞으로 군이 시위진압을 위해 출동할 경우에 대비,그 책임소재를 명확히하고 나름대로의 통제장치를 마련코자 하는 군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명령에 대한 규정은 반드시 광주문제와 연관짓지 않더라도 워낙 포괄적이고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어 그동안 상관이나 군의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이 가능,총기사고등 각종 군내 사고의 요인이 돼왔었다.
이 때문에 군 내부는 물론 국민여론이 명령의 개념을 직무와 관련된 것으로 국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고 대법원도 ▲군의 통수작용상 필요하고도 중요한 사항이나 ▲형벌로 준수를 강제할 필요가 있는 정도의 사항만을 명령위반죄의 성립요소라는 판례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이번 개정에서 현행 복무규율에 15개 종류로 지나치게 많이 규정돼 있는 각종 신고를 대폭 줄인 것과 내무생활에서의 제약조항을 크게 간소화한 것도 병영의 민주화를 위해 바람직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군에서는 전ㆍ출입은 물론 입ㆍ퇴원시,근무교대시,심지어 상과 벌을 받을 때까지 신고토록 해왔으며 이 때문에 특히 신병에 대한 고참병들의 불법적인 신고까지 일반화돼 구타와 얼차려로 연결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그동안 각 군의 지휘방침정도로 되어있던 구타나 폭언금지를 복무규율에 명문화함으로써 구타자나 하급자의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보다 실질적인 장치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군의 이같은 변화노력은 6공화국 들어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민주화 바람이 일어나면서 과거 군의 이미지에 대한 내부의 심각한 반성과 함께 군도 변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대한 자구책으로 뒤늦은 감은 있으나 가위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군 내부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는 병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유보되고 제한되는 현실에 대해 비판이 있어왔다.
이와함께 이번 조치중 두드러진 것중의 하나인 정치행위금지의 구체적 명시는 그동안 두차례의 쿠데타를 통한 군의 정치개입등 군의 정치성에 대한 국민의 비난을 수렴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동안 군이 각종 선거나 투표시 「상부의 지시」에 따른 각종 탈법행위가 동원됐던 점에 비춰볼 때 그 실행여부는 두고보더라도 엄청난 자성의 결과로 보여진다.
특히 이번에 적시된 규정중 특정정당의 후보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를 권유하는 행위나 특정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의견을 다중이 모인 장소에서 발표하거나 간행물에 게재하는 행위금지등은 앞으로 있을 국회의원 및 대통령선거등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군인 복무규율의 개정은 이런 면에서 우리 군이 창군 40년만에 구 일본군대의 전형에서 벗어난 계기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1월 국방부의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를 통해 처음 거론돼 국방부의 규율개정연구위원회를 주축으로 현역 장성과 예비역 장성 및 변호사ㆍ교수 등 사회 각계인사 10여명의 자문을 받아 이뤄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개정을 위해 그동안 미국ㆍ일본ㆍ독일ㆍ프랑스ㆍ중국군 등의 법규나 규정 가운데 관련조항을 모두 수집,비교검토했으며 북한군의 내무생활 규정도 참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무자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중 특히 정치행위의 금지나 무기사용 제한등의 조치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것이 아니라 국회를 통한 입법사항으로 다뤄야 마땅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군을 국민의 군대라 함은 국민이 군의 지휘와 통수를 대통령에게 위임했다는 것뿐 대통령이 군의 모든 사항을 책임진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같은 일부 미흡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를 통해 보다 실질적인 군의 민주화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의견일 것이다.
국방부관계자는 『군인 복무규율(대통령령)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되고,국군 병영생활규정(국방부령)은 군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최종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 이같은 절차등을 통해 이 안을 재검토ㆍ수정중에 있다』고 밝혔다.<이만훈기자>
□군 복무규율ㆍ병영규정 신구 조문 대비표
●현행조문:군인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 선거에 있어서 자신의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 이외의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개정안 :현행조문에 아래조항 추가. 일체의 정치적 행위를 해서는 안되며 특히 다음 각호에 해당되는 행위를 금한다.
①정당 기타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 ②법률에 의한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후보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투표를 권유하는 행위 ③정당 기타 정치단체에서 발행하는 간행물 음반 테이프 등을 배부하는 행위 ④특정정당 기타 정치단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의견을 집회 기타 다수인이 모인 장소에서 발표하거나 문서 도서 신문 기타의 간행물에 게재하는 행위 ⑤정당 기타 정치단체의 상징물 도화 또는 표어를 게시 제작 배부 및 패용하는 행위 ⑥정당 기타 정치단체에서 주관하는 시위나 행진에 참가하는 행위 ⑦정당 기타 정치단체에서 실시하는 서명운동이나 여론조사에 응하는 행위 ⑧특정정당 기타 정치단체의 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신문 잡지 등 대중매체에 기고하거나 방송에 출연하는 행위
●현행조문:명령이라 함은 상관이 부하에게 지시하는 의사표시를 말하며….
▲개정안 :명령이라 함은 상관이 부하에게 발하는 직무상의 지시를 말하며….
●현행조문:법규에 위배되거나 권한외의 사항을 명령해서는 안된다.
▲개정안 :법규 및 상관의 명령에 반하는 사항 또는 범법행위를 저지르게 하는 사항 등을 명령해서는 안된다.
●현행조문:부하는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며 그 원인이나 이유를 물을 수 없다.
▲개정안 :부하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명령의 내용에 분명하지 않은 점이나 명령이 법규에 중대하고도 명백하게 위배되는 경우에는 다시 물어 이를 밝힘으로써 실행에 잘못이 없도록 해야 한다.
●현행조문:신고라 함은 명령에 의한 신상 및 근무의 변동사실을 직속상관에게 보고하는 일정형식을 갖춘 행위를 말하며 다음의 경우에 행한다. 1.입대 전역 및 퇴역 2.임관진급 3.전출입 보직 4.파견 출장휴가 및 외출 5.입퇴원 6.상벌 7.각종 근무교대 8.기타
▲개정안 :①신고라 함은 명령에 의한 신상변동사항을 소속 지휘관에게 보고함을 말하며 다음의 경우에 행한다. 1.입대 전역 및 퇴역 2.임관진급 3.전출입 보직 4.파견 및 휴가 ②신고는 구두로 함을 원칙으로 하며 서면으로도 할 수 있다. 입대 전역 퇴역등의 신고는 각각 입대식 전역식 퇴역식으로 갈음할 수 있다.
●현행조문:군인은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사적 제재를 행하여서는 안된다.
▲개정안 :군인은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구타 폭언 및 가혹행위등 사적 제재를 행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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