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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역모' 전 회장, 대북 강경파 … 극우만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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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를 이어 차기 일본 정부를 이끌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의 용인술과 의사결정 과정은 고이즈미 총리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고이즈미는 정책 브레인을 두지 않고 자신의 직감과 결단에 의해 정국을 끌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베 관방장관은 '집단 토론'에 의해 정책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는 브레인이 많다.

◆ 정책 이데올로기 그룹=정책을 관통하는 국가관 내지 집권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그룹은 '학자 5인방'이다.

이토 데쓰오(伊藤哲夫) 일본정책연구센터 소장은 아베 장관이 1997년 결성했던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 모임'에 깊숙이 개입했던 우익 인사다. 최근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 궤도를 벗어난 반일(反日) 주장과 상식 밖의 요구에 매번 휘둘릴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교토(京都)대학의 나카니시 데루마사(中西輝政) 교수는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일본교육재생기구' 설립준비실의 대표 발기인을 맡았던 극우 논객이다. 시마다 요이치(島田洋一) 후쿠이(福井) 현립대 교수와 니시오카 쓰토무(西岡力) 도쿄기독교대 교수는 '일본인 납북자 구출 모임'의 간부를 지내며 아베 장관의 대북 강경정책의 이념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야기 히데쓰구(八木秀次) 다카사키경제대학 교수는 왜곡된 역사교과서로 비판받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전 회장이다. '보수의 재구축'이란 아베 정권의 집권 이념에는 이들 '5인방'의 영향력이 컸다.

이들에 앞서 일찍부터 아베 장관의 이념적 기초를 제공하며 보수의 논리를 주입해 온 스승은 오카자키 히사히코(岡崎久彦) 전 태국 대사다.

◆ 외교 브레인은 '납치'와 '미국'이 공통 분모=외교 관료 중에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주미 공사가 그와 가장 가깝다. 야치 차관은 2002년 북한에서 납북자 5명을 일시 귀국 형태로 데리고 왔을 때 "다시 북한에 돌려보내선 안 된다"고 주장한 아베 당시 관방 부장관을 전폭 지지해 신뢰를 얻었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북한 문제를 놓고 아베 장관은 고립돼 있었지만 창피를 당하게 놔둘 순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외무성 내에서 대표적인 '미.일 동맹주의자'로 꼽히며 정부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사이키 주미 공사는 올 초까지 6자 회담 일본 측 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으로 북한 납치 문제를 담당했다. 그 실력을 인정받아 올 1월 주미 공사로 발탁됐다. 그는 7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아베 장관의 휴대전화 번호를 스티븐 해들리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전달한 당사자다. 이후 아베 장관과 해들리 보좌관 사이에 '핫 라인'이 가동됐다. 이 밖에 라이스 국무장관,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구축한 가토 료조(加藤良三) 주미 대사도 아베 정권의 외교 핵심으로 남을 전망이다.

◆ 경제는 전문가에게 맡긴다=아베 장관은 경제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문외한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아베 장관으로부터 경제 이야기를 들은 적이 거의 없다"고 비아냥거릴 정도다. 아베 장관도 "경제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그가 신뢰하는 제1의 경제전문가는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경제재정금융상이다. 지난달 확정한 일 정부의 '경제정책 골격 방침'을 확정할 때도 아베는 요사노의 입장을 거의 다 수용했다.

아베는 "사회적 격차가 있는 게 나쁜 게 아니다"고 주장한 고이즈미 총리와는 달리 "'재도전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패자들에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쪽으로 경제정책을 꾸려가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재계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경우 아베 장관을 지원하기 위해 2000년 발족한 재계 인사들의 모임인 '시키노 가이(사계절 모임: 분기마다 한 번씩 모임을 개최한다는 뜻)'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이 모임의 대표는 개헌론자인 가사이 요시유키(葛西敬之) JR도카이 회장이다. 또 아베 장관의 친형 히로노부(寬信.미쓰비시상사 근무)의 장인인 우시오 지로(牛尾治朗) 우시오전기 회장도 오래 전부터 아베 장관의 경제자문역을 맡고 있다.

◆ 측근 세력 'NAIS'=아베의 측근 정책 브레인으로는 아베 장관의 초선 시절부터 정책 연구를 같이해 온 자민당 내 'NAIS' 그룹이 꼽힌다. NAIS는 네모토 다쿠미(根本匠.55) 의원, 아베 장관,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49) 전 국토교통성 장관,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56) 외무성 부대신 등 4명의 영문 앞글자를 딴 것이다.

이시하라 전 장관은 극우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의 장남이며, 시오자키 부대신은 미 하버드대.일본은행을 거친 정책통이다. 이 밖에 옛 국철 출신으로 아베 장관의 비서관을 맡고 있는 이노우에 요시유키(井上義行.43)도 대북 문제 등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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