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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해빙기」 철군 탐색전/체니 왜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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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리처드 체니 미국방장관이 14일 방한,주한미군의 감축과 방위비 분담문제에 대해 한미 고위당국자간에 실질적인 논의를 벌인다. 다음은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앞둔 미국과 한국쪽의 시각을 정리한 내용이다.
◎워싱턴 시각/구체적 감군 발표는 없을 것
리처드 체니 미국방장관의 서울방문은 70년대이래 첫번째의 본격적인 주한미군 철수논의로 주한미군 장래에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를 서울로 가도록 한 1차적 배경은 작년 미 의회를 통과한 이른바 넌 워너법이다. 올해 국방예산의 부수법안으로 마련됐던 이 법은 미 행정부가 한국등과의 협의를 거쳐 오는 4월1일이전에 주한미군 장래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의회의 이같은 의무부과가 아니었더라도 부시 미 행정부는 동구ㆍ소련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극적 변화와 관련,어차피 미 국방 재조정작업을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에 체니 방한의 의미는 복합적이다.
체니장관이 의회에 제출해야 할 보고서는 크게 나눠 두가지 부문으로 구성되도록 의회로부터 주문을 받아놓고 있다.
첫째는 「계속 주둔」에 관한 전략적 계획이고,다른 하나는 「주둔감축」에 관한 5개년계획이다.
이 법안을 의결한 미 의회의 입장은 미국이 이제는 한국 및 동아시아에 배치된 병력의 구조 및 위치를 재검토해야 하며 따라서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의 「부분적ㆍ점진적 감축」의 개연성과 타당성을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양국 국방장관 협의는 엄밀히 말하자면 타당성 논의단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회담을 앞두고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체니 방한과 관련한 최근 배경설명에서 이번에 철수계획발표가 없으며 서울회담은 미국쪽 결론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축소의 방향으로 들어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은 동구변화와 예산삭감을 위해 국내의 군사기지를 대폭 축소하면서 광주ㆍ수원ㆍ대구 등 3개 공군기지를 사실상 대한협의 없이 폐쇄하는 결정을 내렸다.
주한미군의 장래문제는 한국정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해온 미국이 공군기지 폐쇄등에서 나타낸 일방 결정태도를 놓고 일부에서는 미소 유럽주둔군 감축협상이 성공하면 태평양지역 미군병력 및 전략의 재조정은 필지의 사실이 될 것이며 주한미군 철수문제는 사실상 한국손을 떠났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주장의 타당성여부를 떠나 체니장관 방한의 최대의제는 주한미군 철수문제,즉 감군규모가 될 것으로 미 언론등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문제와 관련해 미 정부당국은 한국은 물론 북한ㆍ소련등 주변국가에 대해 몇가지 주문사항을 제시하고 있는 느낌이다.
콜린 파월 미합참의장은 최근 상원군사위에서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언급하면서 『북한이 적대관계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남북대화가 확신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철수문제와 관련한 대소 압력으로 루이스 메네트리 주한미군사령관은 역시 상원군사위에서 주한미군 장래문제는 한국의 전쟁억지력과 아울러 소련의 대북한 원조 지속여부등 여러가지 요소가 걸려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증가와 아울러 북한의 적극적 남북대화 촉구,소련의 대북한 지원중지 등 복합적 효과를 주한미군 철수문제에 연결시키고 있는 미국은 이 효과를 최대한 확대시키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메네트리장군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외적 의미를 미 의원들을 상대로 진지하게 설명,눈길을 끌었다. 주한미군은 군사뿐 아니라 경제ㆍ정치적으로 증대되는 태평양지역에 대한 미 영향력에 중대한 의미를 지니며,한반도 이외의 다른 인접지역에 분쟁이 발생할 때 병력을 배치시킬 수 있는 발진기지가 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주한미군은 한국안보 이익뿐 아니라 미 국가이익의 고려 때문에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명했다.
다시 말해 한미간의 안보이익은 겹치는 부분이 매우 큰 것이다. 미국이 이 중복되는 이익의 의미를 계속 평가하느냐,아니면 줄어드는 것으로 판단하느냐에 주한미군의 장래가 달린 셈이다.<워싱턴=한남규특파원>
◎서울의 입장/감축ㆍ분담금 증액 신축대응
체니장관의 이번 방한은 이미 오래전에 예고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일 소련의 셰바르드나제외무장관이 한반도문제를 본격거론키 시작한 직후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국내외의 관심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이같은 관심은 체니의 방한이 4월1일 미 의회에 보고토록 돼있는 넌 워너 수정안에 대한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필리핀과 일본을 거쳐 오는 동북아에 대한 현실파악성 시찰임에도 불구하고 외신기자 70여명이 대거 취재를 위해 내한하는 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의에서는 한미간에 현안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감축 및 방위비 분담,평시 작전권 이양문제,용산기지 이전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당초 주한미군의 감축시기와 방법ㆍ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원칙적인 입장타진만 오갈 것이란 게 서울의 시각이다.
국방부관계자는 이번 양국 장관회담에서는 주한미군의 재편과 관련한 방위비 분담문제가 주의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지난해 2월의 양국간 정상회담과 7월의 제21차 한미 안보협의회를 통해 확인한 『양국 정부와 국민이 원하는 한 주한미군은 존재할 것』이란 원칙을 강조하며 당분간 철수가 없을 것처럼 강조해왔다.
그러나 미국측은 계속된 재정적자와 소련과의 신데탕트 무드속에서 끊임없이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지어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해왔고 우리측도 이에대한 대응책을 준비해온 것이 사실이다.
미국측은 현재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 연간 22억달러의 주한미군 지원비중 직접지원비 3억달러를 5억달러로 늘리고 주한미군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2만3천여명의 연간 급료 2억4천만달러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또 방위비 분담과 관련,여러 채널을 통해 금년내 주한미군의 추가철수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한국측에 압력을 넣고 있다.
이같은 미국측의 공식ㆍ비공식적 입장에 대해 한국측은 종전입장에서 벗어나 전력에 차질이 없는 범위내에서 비전투요원의 감축은 받아들인다는 신축성있는 자세다.
노태우대통령이 최근 『미국측의 사정을 감안했을 때 전투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행정지원병력 등의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이나 정부의 한 고위관리가 『올해안에 이미 발표된 공군병력 2천명을 합해 5천명가량의 주한미군 철수안에 정부가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서는 방위비 분담에 대해서도 전쟁억지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의 방위비 분담증대는 감수한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독자적인 군사력건설을 위해서는 엄청난 군비가 들기 때문에 주한미군을 붙들어두면서 일부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손익상 비교우위라는 계산이다.
이같은 양국간 입장을 종합해 볼 때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이나 대체로 직접지원비에다 주한미군 종사근로자 급료를 합친 연간 5억달러 수준에서 방위비 분담규모가 결정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국방부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방위비 분담문제 외에도 평시작전권 이양문제와 용산기지 이전문제 등도 거론될 것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7월로 예정된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심도있게 다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이만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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