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시즘의 “해악” 시인/「소 당중앙위 총회」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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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산주의는 “일당독재 포기와 함께 끝장”
【윌리엄 파프=본사특약】 마르크시즘의 가장 큰 해악은 그것이 독재에 지적 근거를 제공해왔다는 점이다.
7일 폐막된 소련공산당중앙위 총회는 근대 러시아에 끼친 마르크시즘의 해악을 암묵적으로 시인한 회의가 됐다. 무려 72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러시아에서 일당독재의 원리가 포기된 것이다.
「프롤레타리아독재」라고 했을때 마르크스 자신은 로마식 입헌독재를 염두에 두었던듯 하지만 「노동자계급에 의한 지배」원리는 레닌에 의해 사실상 「공산당에 의한 지배」 원리로 변했고,이는 또다시 「민주적 집중제」라는 원리에 의해 당기구에 의한 영속적이고 절대적인 독재로 굳어져 왔다.
페레스트로이카를 처음 시작할 당시 고르바초프의 의도가 공산주의의 무덤을 파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개혁을 통해 공산주의를 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고르바초프가 하고 있는 일은 본질적으로 공산주의를 끝장내려 하고 있다.
2년전 정치체제개혁을 위해 당대회가 소집됐을때만 해도 당에 의한 계속적 권력독점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었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뒤집어진 것이다.
폴란드ㆍ헝가리ㆍ체코ㆍ동독ㆍ불가리아등 동구공산블록내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당독재원리는 이미 공식적으로 폐기됐고,소련과 루마니아 두나라에서만 이 원리가 마지막까지 존속해왔다. 그러나 유고슬라비아와 알바니아및 유럽을 벗어난 지역의 많은 곳에서 일당독재원리는 아직도 존속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세네갈ㆍ모리셔스등 세나라를 제외한 사하라사막이남의 모든 아프리카국가에서 일당독재는 사회주의라는 명분아래 유지되고 있고,아시아및 중동ㆍ남미의 여러나라에서도 일당독재는 엄연한 현실로 계속되고 잇다. 이들 국가 거의 모두에 있어 마르크시즘이 항상 그 근거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오늘날 아프리카국가의 일부 지도자들은 북한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소련식 모델이 동요함에 따라 김일성의 왕조적 공산전체주의가 그들에게 유용한 대안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통제에 대한 독재자의 욕구와 진보는 항상 독재자의 편이라는 믿음을 정당화할수 있는 변형된 마르크시즘의 모델을 북한에서 찾을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비극은 마르크스와 레닌이 역사에 진 또다른 빚일뿐이다.
만일 마르크스와 레닌 두사람의 신념이 인류의 보편적 행복이 독재에 의해 추구될 수 있다고 믿으며 독재를 정당화하는 쪽으로 융합되지 않았더라면 20세기의 비극 가운데 많은 부분은 겪지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공산주의는 물론 좋은 의도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그 의도나 목적과는 상관없이 결국 공산주의는 소련공산당중앙위 총회가 열린 이번주 모스크바에서 공산당 일당독재원칙을 포기와 함께 종말을 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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