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민고 사이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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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좋은 나무는 좋은 토양에서 자라나듯 뛰어난 선수나 훌륭한 팀을 가꿔내는데는 대개 전통을 쌓은 유별난 산실(산실)이 있게 마련이다. 이를 두고 이른바 스포츠 명문(명문)이라 부른다. 명문이 되기까지는 학교나 직장의 운영자들이 비상한 정성과 투자를 기울이는 동시에 신념에 찬 스포츠에의 열정을 쏟아야 한다. 그러한 땀의 보람으로 그들은 한국체육계를 떠받치는 주춧돌의 하나가 되며 또 향토발전의 중심이 되고 있다. 특히 70년대 이후 큰 성장과변화속에 새로이 탄생된 스포츠 명문들을 90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순방해 본다. <편집자주>
20kg이 족히 넘는 사이클을 양어깨에 걸머진채 30도경사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사이클 꿈나무들의 앙다문 입술에서 내일의 당찬포부를 확인한다.
혹한에도 아랑곳없이 비지땀을 흘려대며 전국제패의 꿈을 일구고 있는 경민고(경민고)사이클부가 맞는 90년 한해는 한마디로 「장밋빛」이다.
『올 목표는 5개 전국대회중 2개대회에서 종합우승, 명실상부한 사이클명문고로 자리잡는데 두고 있습니다.』
이학교 부임 3년째인 백창현(백창현·36) 경민고감독은 강한 결의와 자신감을 펼쳐보인다.
올봄 연천중을 졸업하는 유망주2명(최문석·주환탁)을 확보한데다 기존선수 가운데 주장이창순(이창순·18)이 주니어대표로 선발되는등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것이 백감독을 신바람나게 해주고 있다. 특히 이는 지난해 학생선수권 우승·전국체전 준우승등 주종목인 스프린트에서 발군의 기량을 인정받고 있어 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라이벌은 창원기공과 부천고. 이들 신흥강호들을 제치고 다시 명실상부한 전국최강의 관록을 재현하기 위해 올들어 전교적인 지원책강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게 지동인(지동인·53) 교장의 설명. 이 학교출신 사이클동문회가 최근 결성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사이클의 고장」의정부시에서 경민고사이클부가 첫 페달을 밟기 시작한 것은 지난71년.이제는 1만명의 대가족을 거느린 경민학원(이사장 홍우준)이 개교(68년)된지 3년후의 일이다. 74년(당시 경민상고→84년 경민고로 개명) 1회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경민고는 각종대회를 석권하면서 고교사이클의 명문으로 확고한 자리를 굳히게 된다.
그동안 배출한 국가대표선수(주니어포함)만도 10명안팎. 이중 꼽히는 동문으로는 오윤환 (오윤환·28·9회) 강병인(강병인·32·5회)과 현국가대표인 정세연(정세연·22·15회·기아산업)등. 오윤환은 지난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개인도로)을 따내 모교명예를 빛냈고 강병인은 84년 주말경기시리즈에서 첫 챔피언에 올라 성가를 떨쳤다. 또 현대표인 정세연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오픈대회에서 우승(4km개인추발)하는등 성장기대주로 각광받고 있는 중이다.
이밖에 김석호(김석호·32·5회) 이정일(이정일·27·10회) 고승억(고승억·13회·이상 통신공사) 임채룡(임채룡·22·경기은행) 이준수(이준수·22·경희대·이상 15회)등도 빼 놓을 수 없는 동문들. 이들은 한결같이 「경민사이클」의 전통을 대물림해 가며 경민고사이클부를 탄탄한 반석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던 것이 88년 제15회졸업생들이 대거 빠져나감으로써 2년여에 걸쳐 창원기공·부천고등에 밀리는 수모를 겪게 된다.
「경민사이클」재건의 애로사항은 역시 자금지원. 사이클부외에 유도·육상부를 육성중인 학교예산(4백만원)만으로는 태부족인 실정.
이때문에 사이클부 재건사업은 사이클부출신 동문들이 떠맡고 나섰다. 지난해 결성된 사이클후원회(회장 차석규·32·5회·사업)는 매년 3백만원을 출연, 선수단을 지원키로 하는 한편 이와는 별도로 5천만원의 기금을 목표로 모금을 추진중에 있다. 『경민고사이클부는 이제 학교만의 명예가 아니지요. 의정부사람이라면 누구나 할것없이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으니까요. 도로훈련때는 교통경찰이 스스로 나서 선도해줄 정도지요.』
임정준(임정준·37·1회·회사원) 후원회총무의 말대로 경민고사이클부는 분명 학교의 상징이자 의정부 20만시민의 자랑이다. <전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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