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무역수지 큰폭 적자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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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출부진 구조적 약점에 설날연휴 가세/월말 집중출하 관례 연휴로 타격/주종품목 전자ㆍ자동차 계속 고전
1월중 수출이 작년동기보다 무려 10%나 줄었다. 무역수지도 85년 1월이후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다. 우리의 무역구조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만성적인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게 아닌가하는 우려마져 낳게 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수출이 계속 부진한 것은 구조적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된 탓도 있지만 설날연휴라는 계절적 요인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무역구조는 항상 월초에는 수입이 큰 폭으로 늘고 수출은 월말에 집중되는게 상례였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월중까지 적자상태를 유지하다 월말께 흑자로 반전되곤 했다.
그런데 지난 1월에는 구정연휴가 월말에 3일간(26∼28일)이나 겹쳤다. 작년에는 구정이 2월초에 있었다. 따라서 올 1월은 지난해보다 최소한 3일이 부족한 셈이다. 한달에 3일을 쉬면 생산성이 크게 늘지 않는한 실적은 보통때보다 10%쯤 떨어지게 마련이다.
더구나 주요공단의 업체중 60%는 설날전후로 4∼6일씩 놀았다. 이를 올 1월중 하루평균 수출실적(1억6천4백만달러)으로 계산하면 6억달러이상 수출을 하지 못한 셈이 된다.
연휴가 시작되기전인 25일까지만 해도 수출실적은 작년동기보다 15.6%가 늘었었다. 이같은 추세가 설날연휴로 결정적 타격을 받은 것이다.
물론 설날 연휴 3일동안은 수입도 안됐다. 그러나 우리의 무역구조가 월초에는 수입이,월말에는 수출이 크게 느는 탓으로 설날연휴가 수출에 미친 영향이 훨씬 컸다.
연휴이후 수출(30∼31일)은 지난해의 73.7%에 그쳤으나 수입은 81.9% 수준을 유지했다.
수출부진의 또다른 큰 원인은 구조적인 수출경쟁력 약화다.
원화절하에도 불구하고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강세와 엔화약세가 계속돼 일본이 우리의 수출시장을 크게 잠식하고 있다. 특히 주종 수출품목인 전자ㆍ자동차등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88,89년동안 원화는 달러에 대해 16.6% 절상됐으나 엔화에 대해서는 36%나 절상됐다. 그러니 수출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고 수출단가를 올리니 자연히 수출은 줄게 마련이다.
원화절상이 수출단가인상ㆍ수출물량감소라는 중간단계를 거쳐 이제는 최종단계인 달러표시 수출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해 상반기중 수출비중이 50% 이상되는 기업은 경상이익률이 1.8%인데 반해 내수기업은 4%나 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수출에 나서려하지 않는 것도 수출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상공부는 이같은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2ㆍ4분기부터는 수출이 점점 회복돼 올해 통관기준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당초 전망대로 20억달러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절하 및 각종 수출지원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즉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원화절하와 무역금융 융자단가인하,대기업에 대한 수출산업설비 금융지원,특별설비자금 1조원 지원,수출용 원자재 연지급수입기간 연장등 수출지원책의 효과가 2ㆍ4분기부터는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공부 견해처럼 올해 수출을 낙관하기에는 불안한 점이 너무 많다.<이석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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