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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 경영, 하버드대도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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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 무술의 본산 소림사(少林寺)가 경영 모범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방장(주지)이 최고경영자(CEO)를 자처하며 추진하는 여러 사업이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소림사는 이제 탄탄한 재정을 갖춘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소림사에 하버드대학과 민간 기업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 사찰도 기업="사찰도 기업 정신을 지녀야 한다.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종교와 문화를 널리 알려야 한다." 소림사의 스융신(釋永信) 방장의 지론이다. 현재 소림사가 거느리고 있는 기업은 7개나 된다. 그중 식품회사는 전 세계의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야채 떡을 만들어 판다. 이 떡은 서양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스융신 방장은 "맥도널드 햄버거나 코카콜라에서 보듯 식품 자체가 하나의 문화 상품"이라며 "야채 떡도 이런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한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비방(秘方)을 토대로 상처 치료약 등 의약품도 만든다.

무술은 그 자체가 좋은 사업거리다. 소림사에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술 시범 행사가 열린다. 20분짜리 관람료가 20위안(약 2400원)이다. 별로 싸지 않은데도 늘 관람객이 넘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소림사 실업발전 유한공사'라는 회사를 설립해 해외 공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돈도 벌고 소림사도 홍보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소림사는 미국.영국.독일.호주 등 해외의 약 50개 도시에 분원도 냈다. 10여 년 전 승려 수가 10명 남짓으로 줄어들며 쇠락해 가던 소림사는 이제 완전히 되살아났다. 현재 승려는 1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학문 연구에도 투자=스융신 방장의 목표는 소림사 문화를 하나의 학문으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베이징(北京)대.칭화(淸華)대.런민(人民)대 등과 합동 연구협정을 체결했다. 미국 대학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림사 홍보부는 "하버드 대학이 스융신 방장을 10월에 초청했다"고 밝히고 "10월은 방장이 가장 바쁜 시기여서 방문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언론이 소개한 스융신 방장의 하루 일과는 외부 손님 접견으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 문화사업 협의다. 민간 기업 CEO들의 방문도 잦다. 스융산 방장에게서 경영 노하우도 배우고 합작 사업 가능성도 타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 상업화 비난도=중국 내 일부 불교 신자들은 "돈 버는 데 골몰하는 것은 속세를 떠난 수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며 "소림사는 타락한 사찰"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스융신 방장은 "나는 기업을 경영하듯 소림사 문화를 발전시킬 것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하는 사람들은 나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하며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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