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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9월 1일부터 서울국제실험영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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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영화'란 걸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백남준의 비디오 퍼포먼스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년 작.사진)은?

여기, "당연히 영화"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음달 1~7일 서울 종로의 서울아트시네마(옛 허리우드극장)와 스페이스셀에서 제3회 서울국제 실험영화페스티벌(EXIS 2006)을 여는 이들이다.

백남준의 예에서 짐작하듯, 이들은 영상을 매개로 한 다양한 표현을 모두 영화(映畵)로 보는 입장이다. 일례로 상업영화라면 '사고'로 치부될 일이지만, 필름에 직접 손때를 묻히는 작업 역시 실험영화에서는 '핸드 메이드'라는 어엿한 표현기법이다. 애니메이션.비디오설치.전통적인 내러티브.첨단 디지털기술 등 그 기법에는 장벽이 없다. 올 영화제의 슬로건인 '미시(微視)'처럼, 지극히 사소한 사물이나 정서 역시 실험영화에서는 한 편씩의 작품을 이루는 토대가 되곤 한다. 실험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의 인지도가 낮은 탓에 그동안의 관객 반응도 극과 극이다. "마구 화를 내는가 하면, 기대 없이 봤는데 좋았다는 경우까지 다양했다"고 주최 측은 전한다. 박동현 집행위원장은 "선입견을 버리고, 보는 대로 즐겨달라"고 주문한다.

올 영화제는 경쟁부문으로 전 세계 30여 개국의 출품작을 가려 뽑은 93편을, 비경쟁부문은 국내외 실험영화의 흐름을 보여 주는 55편을 소개한다. 주제별로 경쟁작은 11개, 비경쟁작은 7개의 묶음으로 각각 나눠 상영한다.

특별전은 이와 별도다. 우선 경기문화재단의 소장작품으로 마련한 백남준 회고전에서는 8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바이올린을 끌고 가는 백'(89년 작.2분30초)은 초기 퍼포먼스를 비디오로 재구성한 작품이고, '백-아베 비디오 신시사이저'(71년 작.30분) '글로벌 그루브'(73년 작.28분30초) 등은 영상을 변조해 텔레비전을 본격적인 캔버스로 활용한 작품이다. 백남준의 실험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84년 작)에서 당시 뉴욕.런던을 위성으로 연결한 퍼포먼스를 다시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규모로 발전했다.

국내 작가로는 충무로에 대한 편린을 담은 김홍준 감독의 단편연작 9편이 '나의 한국영화'라는 제목으로 소개된다. 또 60년대 미국 실험영화계에 독특한 색채를 남긴 감독 브루스 베일리의 회고전, 디지털기술의 진화를 보여주는 감독 존 조스트의 특별전, 미란다 줄라이.나오미 우만 등 여성실험영화의 사적인 경향을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9월 1일 오후 7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릴 개막식 역시 파격적이다. 개막작은 상영시간이 단 3분. 브루스 베일리의 '내 인생의 모든 것'(66년 작)이다. 재즈가수 엘라 피츠제럴드의 노래에 맞춰 개인적인 시선에서 평화로운 풍경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재즈 예술가 알프레드 하르트와 영화제 프로그래머 김계중씨의 영상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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