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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분단기 상황 실증·객관적 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이번에 출간된 심지연 교수의 『미소공동위원회연구』를 찬찬히 읽어보면 몇 가지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된다.
첫째, 이 연구는 미소공동위원회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중시하고 있다. 미소공동위원회가 승전국가들의 전후체제에 대한 결정적 영향력을 함유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그것에 의한 분단상황의 극복가능성 자체를 배제했다는 것은 반탁진영과 찬탁진영 모두의 한계임을 밝혀주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 연구는 논리적 일관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심 교수의 이 연구는 이미 발표된 4편의 연구논문을 모은 것이지만 심 교수자신도 밝혔듯이 이것은 하나의 연구주제를 가지고 집필된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논리적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책의 Ⅰ에서는 미소 공위에 대한 국내외 정치세력의 대응관계를 분석했고, Ⅱ는 미소 공위를 기회로 하여 제의되었던 각 정파의 향후 통치구조에 대하여 설명했으며, Ⅲ은 미소 공위에 대한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했던 공산주의세력의 성격을 남북 양 노동당의 정책
구상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Ⅳ에서는 남한에서 좌익진영의 신탁 통치 관이 변모하게 된 이유와 그 성격을 밝혀주는 것으로 되어있다.
셋째, 이 연구에는 논리전개에서 실증성을 지키려는 학문적 성격이 강하게 투영되고 있다. 편향된 시각이 아닌 객관적이고 설득력있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특히 좌우의 결렬한 정치적 대결과정에서 중도적 노선을 견지했던 순정 민족세력의 위상과 지향을 찾아볼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정치적 변혁의 격동기로서의 민족사회 분단기를 학문적 연구의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연구성과는 충분히 지실 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심 교수의 이 부분에 대한 인식관점과 학문적 열정은 미소공위에 대한 종전의 편향적 서술을 바로잡는데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덕규(정치학·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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