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묻어두니 수수료 싸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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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말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오모(50)씨는 최근 2%가 넘는 펀드 수수료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가입한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3% 정도. 은행 이자 정도의 수익을 올렸지만 각종 수수료를 떼고 나면 손에 쥐는게 별로 없다.

펀드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장기투자자들에게 수수료 혜택을 주는 '멀티클래스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멀티클래스펀드는 투자기간이 길고 투자금액이 많을수로 수수료율이 낮아진다. 가입 첫해에는 다른 펀드와 비슷한 수수료를 받지만 두번째 해부터는 0.3~0.6% 포인트 정도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펀드 Class A', '○○펀드 Class B' 처럼 영문 이니셜 '꼬리'가 붙은 펀드들을 멀티클래스펀드로 보면 된다. 처음에는 클래스A에 가입했다가 1년이 지나면 수수료가 더 싼 클래스B로 옮겨지는 식이다.

2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멀티클래스 펀드는 지난해말 79개에서 현재 179개로 두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에서 펀드 투자의 장기화.안정화를 유도하기 위해 멀티클래스펀드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새 펀드 출시를 준비중인 곳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아직 '무늬만 멀티'인 펀드들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멀티클래스펀드들이 보유한 클래스 수는 총 332개로 펀드 1개당 평균 1.85개에 그치고 있다. 클래스는 기간별, 규모별로 수수료를 차등화하는 것을 말한다. 멀티클래스가 제몫을 하려면 펀드당 최소 2개 이상의 클래스를 보유해야하는데 아직 기본 여건도 갖추지 못한 셈이다. 멀티클래스 펀드를 보유한 31개 운용사 가운데 20개사의 펀드 당 클래스 수가 2개 미만이었다.

더욱이 선취판매 수수료를 받느냐 마느냐로만 클래스를 구분해 놓는 경우가 많아 펀드 규모와 투자 기간에 따른 수수료 차별화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제로인 우현섭 펀드애널리스트는 "펀드가 보편적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은 미국에서는 다양한 수수료 체계를 갖춘 멀티클래스펀드의 비중이 60%를 넘는다"며 "자신의 투자 성향과 목적에 맞는 상품을 여러개 고른 뒤 제대로 된 멀티클래스 펀드인지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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